주택 거래‧가격 하락→채무불이행‧미분양 증가→가계‧은행 부실 우려 대출 부실 위험에도 은행 충당금 감소, 코로나 금융지원 ‘착시효과’금융권 “충당금 적립률 높여야…원리금 분할상환‧만기연장 확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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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주택 매매량이 급감하고 매매가가 하락조짐을 보이고 있다.

    거래량 급감은 과다 대출자의 채무불이행과 미분양 증가 등 금융부실을 낳을 가능성이 커 금융사들의 충분한 충당금 적립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 국토교통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국의 주택 매매량은 총 6만7159건으로 전년 동월(11만6758건)과 비교해 42.5% 감소했다. 전달(7만5290건)과 비교하면 10.8% 줄었다.

    또 작년 11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전달보다 0.1% 증가한 1만4094호로 파악됐다. 이 중 수도권 미분양은 1472호로 전월 대비 14.1% 증가했다.

    거래량 급감으로 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의 매각가율은 전월대비 10.5%포인트 떨어졌다. 

    주택가격 상승률이 둔화하고 거래량이 급감한 이유는 기준금리 인상과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 때문이다. 올해 들어 대출규제가 더 강화됨에 따라 거래량 급감 후 급매 중심의 주택가격 하락 반전추세가 나타날 것이란 시장의 예상이 지배적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대출규제로 매수 수요가 억제된 상태에서 과잉 대출을 견디지 못한 일부 과다채무 다주택자가 급매로 주택을 내놓으면서 이 주택들이 전체 가격하락 추세를 주도할 것”이라며 “올해는 대출 규제가 더 강화될 예정이라 집값 하락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출규제 강화가 지속되면 자발적 구조조정이 어려워 상당수 과다 채무자가 원리금 상환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채무 이행을 포기해 금융사 연체율이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며 “미분양도 늘어 금융사가 보유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도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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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당국의 충당금 적립률 상향 정책 추진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역행하고 있다. 은행이 미래 손실에 대비해 미리 쌓아놓은 대손충당금은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의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개 국내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금 잔액은 지난해 9월말 18조6436억원으로 2020년 말 19조3526억원 대비 3.7%(-7090억원) 감소했다.

    은행업감독규정에 따르면 은행은 대출채권의 부실 위험을 5단계(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로 나눠 유형별로 일정 비율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3개월 이상 연체한 대출 가운데 회수 가능성이 있는 ‘고정’은 대출액의 20% 이상, 돈 떼일 우려가 큰 ‘회수의문’은 50% 이상, 회수가 불가능한 ‘추정손실’은 100%를 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금융권은 이같은 은행의 충당금 감소를 정부 정책으로 인한 ‘착시효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들에게 대출만기와 원리금상환을 유예하면서 연체로 잡혀야 할 부실 대출이 정상 대출로 포장됐다는 것이다. 

    오는 3월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종료되고, 기준금리 인상과 집값 하향세가 이어지면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장만한 이들 중 채무불이행이 생겨 가계와 은행의 동반 부실화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서 연구원은 “국내 금융권의 충당금 적립률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은 원리금 분할상환 비중으로 인해 전 세계 주요 국가 중 가장 낮은 편”이라며 “이로 인해 금융사의 대출 태도가 단기간 내에 보수화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문제 해결을 위해 금융사 충당금 적립률 상향과 원리금 분할상환, 대출만기 연장 확대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