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성장 둔화, 소프트웨어 경쟁 돌입AI 스피커 인식률·서비스·UX 등 큰 차이 없어플랫폼 제휴 경쟁 치열... 구독·락인 효과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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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통3사의 AI 스피커 경쟁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넘어가며 치열하게 전개 중이다. AI 스피커는 플랫폼으로서 제휴업체와 구독 상품을 잇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국내 AI 스피커 시장은 이통3사가 주도하는 성숙기 단계로 접어들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집계에 따르면 이통3사를 통해 판매된 AI 스피커는 누적 861만대(2020년 3월 기준)다. 디지털미디어랩 DMC미디어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AI 스피커는 KT(39%)가 시장점유율 1위로 이어 SK텔레콤(26%), 네이버(16%), 카카오(12%) 등 순이다.

    이통3사의 AI 스피커 3가지를 모두 사용해봤다. SK텔레콤 ‘누구’는 T맵과 T전화를 통해, KT ‘기가지니’는 IPTV로, LG유플러스 ‘클로바’는 클로바램프를 통해 사용했다.

    누구-기가지니-클로바는 성능에서 큰 차이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발화 음성을 인식하는 정확성, 제공하는 서비스, 사용자 경험 등에서 상향 평준화됐다. 각각 앱과의 연동도 유기적이며, 사용자 피드백 등을 통한 업데이트도 이뤄진다.

    서비스별로 작은 차이들을 확인해봤다. 사용자 참여를 유도하는 푸시알림의 경우 클로바는 아침에 알람을 설정해 두면 알람이 꺼진 후 브리핑 기능이나 양치타이머 등 기능 사용을 추천한다. 누구나 기가지니는 이벤트에 초점을 맞췄다. T맵 사용 중 사용자 참여 이벤트를 응모하도록 유도하거나, 휴대폰에 앱 푸시알림이 울리는 식이다.

    한꺼번에 두 가지 명령을 했을 때 반응한 건 확인한 바로는 기가지니뿐이었다. 예를 들어 ‘채널 5번 틀고 소리 10으로 해줘’라고 발화했을 때 수행했다. 하지만 소리 명령어를 먼저 말하면 소리만 바꾸고 채널은 바꾸지 않는 것을 봤을 때, 특정 발화 조건에서만 두 가지 명령어가 성립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기가지니는 주변이 조용할 때는 상관없지만 TV 소리가 겹치면 비슷한 단어에 대한 인식률이 떨어졌다. 예를 들어 ‘자기야’라고 말했을 때 ‘지니야’로 듣고 인식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기가지니는 명령어 중에 자기야를 탑재하고 있어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한다.

    이는 SK텔레콤의 누구도 마찬가지다. T맵에서 ‘누구’를 사용해 전화를 걸 때 몇 번을 시도해도 ‘수연’이 아닌 ‘수현’으로 인식하는 식이다.

    LG유플러스와 연동하는 클로바는 지나친 의역이 문제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저녁에 알람을 맞출 때, 5시 또는 6시에 알람을 맞춰달라고 하면 그대로 수행한다. 하지만 2시나 3시에 알람을 맞춰달라고 하면 새벽 2시 또는 3시가 아닌, 다음 날 오후 2시 또는 3시로 알람을 설정한다.

    이를 통해 AI 스피커는 다양한 발화를 수행하지만, 대부분은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발화임을 알 수 있다. 또한 다른 서비스와 제휴와 연동을 기반으로 수행하기 때문에 확장성이 떨어진다. 해당 플랫폼을 구독하지 않거나 기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는 기능이 적지않다.

    AI 스피커를 생활에 밀접하게 연동해 사용할수록 해당 플랫폼을 지원하는 제휴업체 사용이 필수적이다. 음악 플랫폼을 예로 들면 SK텔레콤의 누구는 FLO를 사용해야 하고, 기가지니는 지니뮤직, 클로바는 지니뮤직이나 바이브 또는 벅스를 사용하는 식이다.

    이에 AI 스피커를 기반으로 하는 제휴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SK텔레콤은 ▲B tv ▲티맵 ▲T전화 등 자사 및 그룹사 서비스를 기반으로 아마존 등 제휴처를 통해 서비스 범위를 넓히고 있다. KT는 호텔 등 B2B 서비스와 더불어 강점이 있는 TV 셋톱박스 점유율을 바탕으로 홈 IoT 시장 공략에 나섰다. LG유플러스는 네이버, 구글 등과 제휴를 통해 AI 스피커를 제공하고, 홈네트워크 제어 기능을 접목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스피커를 중심으로 구독 서비스와 업체 제휴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더 큰 영향력을 가진 업체와 손잡는 쪽이 유리한 고지에 오를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