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271조… 현대차보다 공정자산 21조 앞서뚝심과 철학 없으면 불가능, 그룹 안팎서 평가M&A-PMI 경영, 하이닉스 그룹 내 화려한 백조 탄생도
-
"혁신적인 변화를 할 것이냐(deep change), 천천히 사라질 것이냐(slow down)." 재계 인수합병(M&A) 승부사로 불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998년 부임하면서 던진 취임 일성이다.최 회장의 공격적인 M&A 선구안이 빛을 발하며 재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된다. SK그룹이 현대차그룹을 넘어 16년만에 재계 순위 2위로 올라설 전망이다.10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대기업 집단 소속 계열사들의 공정자산 변화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SK그룹의 공정자산 규모는 270조7470억원으로 현대차(250조140억원)에 20조7330억원 가량 앞섰다. 삼성그룹은 467조9920억원으로 1위다이번 조사로 2006년 이후 16년간 이어진 '재계 빅4' 구도에 지각 변동이 확인됐다. 공식적인 재계 순위는 오는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다.SK그룹은 2020년 말보다 자산이 31조2170억원 늘었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말 각 국 경쟁당국으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은 미국 인텔 낸드사업부(현 솔리다임) 인수에 힘입어 자산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말보다 자산을 11조3329억 원 늘린 75조4039억원으로 단일 기업 중 최대 자산 증가기업이 됐다.SK의 약진은 최 회장의 뚝심과 철학이 없으면 불가능했다는 게 그룹 안팎의 공통된 시선이다. 최 회장은 승부사적 기질이 발휘된 결과로 볼 수 있다. 굵직한 인수M&A을 통해 수직 계열화를 이루고 그룹 캐시카우로 키워냈다.최 회장의 이런 전략이 JX홀딩스 등 일본 기업들의 사례 연구를 통해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M&A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장기 침체를 이겨낸 기업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는 설명이다.때문에 일각에선 최 회장을 'M&A 승부사'라 표현한다. SK그룹이 신사업 진출을 위해 유망분야 기업에 대한 투자는 최 회장의 혁신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된다.인수 뒤 회사를 키우는 PMI(인수 뒤 통합)가 성공의 본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 회장의 M&A전략은 높이 평가된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분석한다.실제 위기의 하이닉스를 건져낸 구세주는 최 회장 결정이 뒷받침됐다. 당시만 해도 반도체는 매력적인 사업이 아니었다. 반도체는 공장 하나 짓는 데 3조~4조원이 필요하다. 자칫 모기업까지 위태로운 상황에 빠질 수 있었다. SK그룹 내부에서도 기존 그룹 포트폴리오와 사업 연관성이 없다며 인수에 부정적으로 판단했다.
-
하지만 반도체를 깊게 연구한 최 회장 생각은 달랐다. 미래를 확신한 그는 그룹 주력사인 SK텔레콤을 앞세워 2012년 하이닉스 인수했고 미운오리에서 현재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화려한 백조'로 거듭났다.뿐만 아니라 최 회장은 2016년 반도체용 특수가스 제조업체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와 산업용가스 제조업체 SK에어가스를 인수했고 SK트리켐과 SK쇼와덴코를 설립했다. 이어 SK네트웍스가 동양매직(현 SK매직)을 인수하며 가전 사업에도 진출했다.최 회장의 M&A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바이오 부문 M&A에서도 속도를 내며 그룹 내 제2의 반도체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최 회장은 2018년 미국 의약품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앰팩(AMPAC)'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이듬해에는 의약품 생산법인 세 곳을 통합해 SK팜테코를 설립했다.산업 발전의 길목마다 반도체 등 신산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해 그룹 전반의 이익의 원천으로 삼아 온 SK그룹이 바이오사업으로 다시 한 번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재계에선 최 회장이 앞으로 어떤 투자를 할지 주목하고 있다.미래사업의 전략적 육성을 위한 과감한 M&A와 투자, 사업구조 개편이 이뤄지지 않으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이 최근 코로나19 위기 이후 성장을 준비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두둑한 현금을 확보한 만큼 투자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SK그룹 관계자는 "SK그룹이 경영철학과 경영체계를 담은 'SKMS(SK경영관리체계)'를 3년 만에 또 다시 개정하며 최태원 회장의 '행복경영' 철학을 구체화 했다"며 "SKMS는 강한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70년대 오일쇼크, 90년대 외환위기, 2000년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는 데 근간이 됐고, 유공과 한국이동통신, 하이닉스 등 대형 M&A를 가능케 한 원동력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