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개선시간 벌었지만 소액주주 희망고문 여전해상장 전 발생한 일로 상장폐지…거래소에도 책임 있어거래소 무대응이 의혹 키워…하루빨리 주주 납득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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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신라젠 주주연합 회원들이 이 회사 주식의 거래재개를 촉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홍승빈 기자
“도대체 어떤 이유로 상장폐지 결정이 난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17만명에 달하는 주주가 존재하는 기업을 상폐시키는 데 공시 한 줄로 납득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한국거래소가 신라젠에 대해 6개월의 개선기간을 부여한 가운데 소액주주들은 또다시 하염없는 기다림을 이어가게 됐다. 이로써 신라젠 주주를 향한 희망고문은 2년을 훌쩍 넘게 됐다.거래소는 앞서 지난달 18일 기업심사위원회를 개최해 신라젠에 대한 상장폐지 결론을 내렸다. 이어 이달 18일 열린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는 개선기간 6개월을 부여했다.주주들은 거래소의 이 같은 결정에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신라젠이 지난 1여 년간 최대주주 교체, 자본금 확충, 영업 지속 등 거래소가 요구한 개선사항을 이행한 만큼 거래재개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신라젠 주주 측은 특히 거래소가 상장폐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상폐 사유에 관해 설명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실제 거래소 기심위는 신라젠의 상장폐지를 알리는 과정에서 단 한 줄의 공시만을 남기는 데 그쳤다. 기심위가 어떠한 의사결정 과정을 마련했고, 또 회사가 지난 1년간 상장유지를 위해 준비한 개선작업 중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무했다.억울함을 참지 못한 주주연합 대표는 지난달 한국거래소 사옥 내부까지도 찾아갔으나, 한 임원으로부터 “다음날 회사에 상폐 사유를 통보하겠다”라는 말을 들었을 뿐이었다. 거래소는 이마저도 전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회사가 상장폐지를 당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는 회사에 투자한 주주다. 상장폐지 결정은 한국거래소의 고유 권한이지만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서는 피해 당사자인 주주들이 납득할만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일각에선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한 배경에 거래소의 책임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앞서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는 2014년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자금 돌리기’ 방식으로 1000억원대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은 바 있다. 다만 해당 혐의가 발생한 건 2016년 12월 신라젠이 상장되기 이전의 일이라는 점에서 거래소도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주장이다.그러나 거래소는 이와 같은 의혹과 지적에 대해서도 연일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거래소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주주들의 분노와 의혹은 커지고 있다. 거래소에 대한 불신이 기심위 내부정보 유출, 상상인저축은행 등 또 다른 의혹으로 번지는 상황이다.거래소는 신라젠 상장 전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꼼꼼하게 확인하지 못하고 놓쳤다는 의혹에 대해 확실하게 입장을 밝히고 해명할 필요가 있다.아울러 회사의 상장폐지 사유에 대해 소상히 설명하고 17만명에 달하는 주주들을 납득시켜야 마땅하다. 당초 신라젠 경영진 비리는 상장 전에 이미 있었던 문제고,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채 회사의 상장을 허가한 건 다름 아닌 거래소이기 때문이다.이와 더불어 제2의 신라젠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하루빨리 정비해야 한다.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체계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을 마련해 철저한 경영 투명성 심사 및 투자자 보호에 나서야 한다.신라젠은 지난 2020년 5월 4일부터 주식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무려 21개월이 지났다. 국내 주식시장의 허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