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만명에서 조건되면 누구나… 사전조회 200만명 넘어금수저도 외국인도 대상은행들 최대 6% 금리 더 부담해야정부 "사회환원 모델" 압박
  • ▲ 청년희망적금ⓒ연합뉴스
    ▲ 청년희망적금ⓒ연합뉴스
    정부가 청년희망적금 대상을 사실상 무제한으로 확대하면서 은행들이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출금리보다 높은 연 최대 6% 이자를 무한정 지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11개 은행이 내놓은 청년희망적금은 출시일부터 각 은행 어플리케이션이 접속 장애를 빚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 소득이 있는 청년들에게 연 10%대 금리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출시한 상품이다. 연 소득 3600만원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하며 월 최대 50만원씩 2년간 납입하면 이자수익으로 98만5000원 쌓인다.

    정부는 상품 미리보기 조회수가 200만건이 넘는 등 예상치 못한 관심을 모으자 공급을 무제한으로 늘리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가입대상이 되는데도 지원 인원이 한정돼 가입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없도록 정부는 모두 혀용하고 지원할 것"이라며 사업운영 방안을 의결했다.

    국무회의 직후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지속으로 고용, 경제 등 전반적인 어려움이 가중되는 청년층의 효과적인 자립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달 4일까지 가입요건을 충족하는 청년은 모두 가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재원이다.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가입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재원조달 방안은 내놓지 못했다. 금융위는 추후 가입수요를 모니터링 해 추가 사업재개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사업예산으로 확보한 456억원으로는 월 최대 납입액 50만원 기준, 38만명까지 지원할 수 있다. 미리보기 조회자 200만 중 19%만 가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청년 자신 소득만 보기 때문에 소위 '금수저'도 가입 가능한데다 외국인 노동자도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수요가 더 늘어날 여지가 있다. 

    은행들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통령 지시까지 떨어졌으니 모자란 예산은 확보하면 그만이지만, 은행들은 얼마나 늘어날지 모르는 계좌에 고금리를 얹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이 부담하는 청년희망적금 금리는 최대 6%로 2%대인 시중은행 정기적금 금리의 3배가 넘는다. 2년짜리 신용대출 금리 4.8%보다도 높다. 월 50만원씩 2년간 1200만원 적금을 들었을때 기대할 수 있는 100만원 남짓 이자 중 저축장려금 36만원과 비과세 혜택을 제외하면 은행이 부담하는 금액은 50만원 가량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정책상품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금융권 수익에 대한 사회적 환원의 포석이 아니겠냐는 시각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최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민간 금융권 이익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인 상생협력을 기대한다"고 했다.

    A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거둔 수익을 특정 계층에만 나누는 것이 합리적일지는 의문"이라며 "좋은 취지의 정책금융이라 할지라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