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회장 장녀 승계 핵심 계열사 실적 부진"中 사드, 코로나19 여파 탓"줄어든 배당금·승계 재원 마련 시급
  •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화장품 브랜드숍 '이니스프리·에뛰드·에스쁘아'가 지난해 나란히 적자를 기록했다. 이들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장녀 서민정 씨가 대주주로 있는 계열사로 승계 작업에 경고등이 켜지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24일 아모레퍼시픽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이니스프리 매출은 30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9% 감소했고 10억원의 적자를 봤다. 이니스프리는 2016년만 하더라도 국내외 합산 매출 1조원을 달성하면서 그룹내 핵심 계열사 역할을 해왔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에뛰드의 지난해 매출은 1056억원으로 전년 보다 5.1% 감소했고 96억원의 손해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에스쁘아의 매출은 4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성장했지만 7억원의 영업적자를 봤다.

    이들은 2017년 중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를 기점으로 실적이 급하강세를 탔다. 이후 큰손 중국 고객이 서서히 등을 돌리기 시작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화장품 수요까지 줄면서 해외 뿐 아니라 국내 시장에서도 실적 직격탄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니스프리·에뛰드·에스쁘아는 아모레퍼시픽그룹 승계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점이다. 서민정씨는 각각 18.18%, 19.52%, 19.52%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이다. 공정거래위원회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총수 일가 지분이 20%를 초과하면 사익편취 계열사로 분류하면서 서 씨는 법적으로 보유할 수 있는 최대 지분을 가진 셈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경영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왔다. 서 씨는 지난 2017년 1월 아모레퍼시픽 경력사원으로 입사해 같은해 6월 퇴사, 중국 장강상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지난 2019년 복귀했다.

    복귀 당시 뷰티영업전략본부로 들어가 과장 급인 프로페셔널 직급을 맡았다. 서 씨는 이후 2020년 상반기 인사이동에서 그룹전략실로 자리를 옮겼다가 올해부터 AP팀에 합류하게 됐다.
  • 이니스프리·에뛰드·에스쁘아의 부진으로 서 씨의 승계 재원 마련 계획에 적신호가 켜질 수 밖에 없다. 실제 수년 간 화장품 브랜드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업황이 기울면서 이들의 배당도 줄고 있다.

    이니스프리는 2019년만 해도 창사 이래 처음으로 1000억이 넘는 대규모 중간배당에 이어 78억원의 결산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하지만 2020년에는 중간배당 없이 17억원을 결산배당했다. 에뛰드 역시 2018년 적자로 전환, 배당을 못하고 있는 상태다. 에스쁘아도 2015년부터 배당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도 나란히 적자를 기록하면서 대규모 배당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3세 경영 체제에 돌입하기 위해 배당이나 상장, 매각 등을 통해 1조원에 가까운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재무구조를 탄탄하게 재정비하지 못하면 원활한 승계 재원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면서 "올해 브랜드 살리기를 위한 고강도 체질 개선이 예상된다"고 봤다. 

    한편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Winning Together'의 경영 방침 아래 강한 브랜드, 디지털 대전환, 사업 체질 혁신의 3대 추진 전략을 실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이니스프리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위주로 체질개선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중국 매장은 280여개에서 140여개로 줄인다. 에뛰드도 배달앱 등을 통한 온라인 채널 확장과 인도네시아와 일본 등 해외시장 개척에 힘을 쏟고 있다. 에스쁘아 역시 지난해 프로 테일러 쿠션 라인 확대 등 페이스 메이크업 강화로 매출이 성장하면서 관련 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