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국제유가 상승시 인하 폭 확대 검토"러시아발 석유·가스 공급 차질… 유가 150弗 시대 전망국내 휘발유價, 유류세 인하 전 수준 근접… 추가 상승 불가피문제는 세수 감소… 인하율 30% 확대시 사라지는 세금만 '2조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국제유가가 치솟자 정부가 유류세 인하율 확대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국제유가 상승세와 세수, 대선 이후 새 정부의 의지 등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유류세 20% 인하 조치를 7월 말까지 3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향후 유가 추이에 따라 유류세 인하율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향후 국제유가가 현 수준보다 가파르게 상승해 경제 불확실성이 더 확대될 경우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홍 부총리의 발언은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보이면서 유류세 인하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유가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110달러를 넘어서며 8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전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공격 소식이 전해지자 주춤했던 국제유가도 다시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7.4%(8.01달러) 오른 115.6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WTI 종가는 2008년 9월 이후 가장 높았다. 주간 가격 상승폭은 26.3%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4월 이후 최대폭이다.

    이에 국내외 에너지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150달러를 치솟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유가는 러시아 원유·가스 수출 제재 우려를 선반영하고 있다"며 "투기적 매수 포지션 등에 따라 최대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단이 열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러시아의 대(對) 유럽 석유·가스공급 차질이 일어나면 국제 에너지시장 불안, 가스대체 석유 수요 증가로 국제유가가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최고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석유제품 가격도 크게 오른 상태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은 리터당 1천764원으로,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결정한 지난해 11월 둘째 주의 리터당 1천807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세가 국내에 시차를 두고 반영될 것을 고려하면 휘발유 가격 추가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휘발유 1L를 구매할 때는 원래 529원의 교통·에너지·환경세(교통세)와 138원의 주행세(교통세의 26%), 79원의 교육세(교통세의 15%) 등 746원의 유류세와 유류세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까지 820원의 세금(기타 부가세는 제외)이 붙는다.

    정부가 유류세 20% 인하 조치를 시행하면서 현재 휘발유 1리터당 세금은 교통세 423원, 주행세 110원, 교육세 63원에 부가세까지 총 656원으로 기존보다 164원 내려갔다.

    그러나 국제유가 상승으로 유류세 인하 전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유류세 인하율 확대 검토'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법적으로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적용이 가능한 유류세 인하율 최대치는 30%다.

    만약 인하율이 30%로 확대된다면 국내 휘발유 가격은 유류세 인하 전보다는 305원, 현재 시행 중인 인하율 20% 적용보다는 141원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유류세 인하율 확대가 실제 이뤄지기 위해서는 유가 상황, 차기 정부의 의지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오는 9일 대통령선거가 있는 만큼 대선 이후 차기 정부가 서둘러 정책 추진할지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대선 후 상황에 따라서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필요한 유류세 환급이나 저소득층 유가 보조금 등 추가 고유가 대책이 검토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세수 문제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유류세를 20% 인하하면 세수는 한 달에 4500억원 감소한다. 이미 기존 조치를 3개월 연장하기로 해 추가 세수 감소는 1조4000억원에 달할 전망인데 인하율을 30%로 올린다면 세수 감소는 2조원을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