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일부터 러시아 공장 가동 중단국제사회 제재로 부품수급 차질, 현지 구매력 감소사태 장기화 시 영업이익 6.5% 감소 전망
  • ▲ 현대차 러시아 공장 모습. ⓒ현대차
    ▲ 현대차 러시아 공장 모습. ⓒ현대차
    현대자동차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현지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러시아 시장 판매부진은 물론 영업이익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달 9일부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가동을 재개하려고 했지만 취소했다. 현대차는 반도체 수급 문제로 지난 1일부터 러시아 공장 가동을 멈췄다.

    현대차 관계자는 “재가동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현지 상황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이번 결정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에 대해 고강도 제재를 결정하면서 부품 수급이 어려워진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의 입장에서 러시아는 중요한 시장이다.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연간 23만대를 생산할 수 있으며, 지난 2020년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인수한 러시아 공장도 연산 10만대 규모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러시아에서 도매 기준으로 각각 20만8000대, 22만2000대를 판매했다. 양사의 지난해 글로벌 전체 판매 중 러시아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5.3%, 8.0%에 달한다. 

    게다가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철수할 때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현 명예회장)은 현지 공장을 방문해 “어려움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시장이 회복될 때를 기다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현대차와 기아의 실적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7일(현지시간) 자국과 자국 기업, 러시아인 등에 비우호적 행동을 한 국가와 지역 목록을 발표하면서 한국을 포함시켰다. 이로 인해 러시아 공장이 가동을 재개하더라도 현지 소비자들에게 양사 제품이 불매운동에 오르는 등 악재에 직면할 수 있다.  

    유안타증권은 우크라니아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올해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을 각각 7조4570억원, 5조9030억원으로 추정했다. 당초 전망치인 7조9730억원, 6조2190억원에 비해 각각 6.5%, 5.1% 감소한 수치다. 양사의 올해 글로벌 판매대수도 기존 전망보다 1.6%, 3.4% 하향 조정했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제사회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현대차와 기아의 현지 생산 및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현지 생산법인의 부품조달 이슈가 남아있고 경기침체, 통화가치 하락 등 현지 소비자의 제품 구매력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사태로 현대차, 기아는 물론 부품 업계로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 업계에 반도체 외에 우크라이나 사태라는 악재가 추가됐다”면서 “특히 현대차 러시아 공장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