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부당 행위 1심 벌금형 그쳐재판부 "조 회장 이익 대신 경영난 해소가 목표"㈜효성 재선임·효성티앤씨 신규선임 무난할 듯그룹 실적 개선·미래 먹거리 공략 가속페달
  • ▲ 조현준 효성 회장.ⓒ효성
    ▲ 조현준 효성 회장.ⓒ효성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실형을 피하면서 이사회 재진입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다. 조 회장은 지주사와 주력 계열사의 사내이사를 맡아 향후 2년간 그룹의 전반적인 실적 개선과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자금난에 빠진 계열사를 살리기 위해 그룹사를 동원해 불법 우회 지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전날 열린 1심 재판에서 2억원 벌금형을 선고받으며 실형을 면했다. 

    앞서 검찰의 2년 징역형 구형에서 대폭 양형된 결과다. 재판부는 조 회장의 이익보다는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의 경영난 해소가 목표였다는 점 등을 참작했다. 조 회장이 GE 사내이사로 보수를 받기는 했지만 배당을 받거나 지분을 매각해 차익을 누린 사실이 없으며, GE의 매출이 주로 해외 시장에서 발생해 국내 시장 거래 공정성이 저해된 정도가 크지 않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그간 국민연금과 일부 시민단체들은 잇따른 사법리스크를 이유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해왔다. 지난 8일 경제개혁연대는 효성‧효성티앤씨‧효성첨단소재 주총에서 조 회장과 그의 동생 조현상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과 관련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들이 반대해야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들이 여러 계열회사 임원을 겸직함에 따라 업무 충실도가 떨어지고 기업가치 훼손 이력이 있어 사내이사 후보로서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앞서 지난 2020년에는 국민연금이 효성그룹 정기 주총에서 조현준 회장·조현상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실형을 피함에 따라 조 회장은 이번 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무난하게 이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은 17일 효성티앤씨 사내이사 신규선임, 18일 ㈜효성 사내이사 재선임을 앞두고 있다. 이사 선임은 주주의 절반 이상이 동의하면 된다. 

    현재 ㈜효성 지분은 조석래 명예회장이 9.51%,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각각 21% 남짓의 지분을 보유하며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약 55%에 달한다. 효성티앤씨 또한 ㈜효성이 지분 20.32%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조현준 회장 14.59, 조석래 명예회장 8.26% 등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모두 더하면 과반을 넘는다.

    조 회장은 향후 2년 간 그룹의 실적 개선과 미래 먹거리 발굴 등 책임경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2017년 조현준 회장 취임 후 효성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코로나19 상황이었던 2020년을 제외하면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경영능력 입증했다. 

    2017년 12조5464억원이었던 그룹의 매출은 지난해 21조2804억원으로 59%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또한 7708억원에서 2조7702억원으로 278%나 증가했다. 조 회장이 단행해온 선제적·역발상 투자 전략 덕분이다.

    아울러 조 회장은 효성티앤씨 사내이사로도 신규선임되면서 그룹의 핵심인 섬유사업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무역과 섬유를 주력으로 하는 효성티앤씨는 지난해 매출 8조5960억원, 영업이익 1조4237억원을 내며 그룹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효성티앤씨의 스판덱스 브랜드 ‘크레오라(creora)’는 2010년 이후 세계시장 점유율 30% 이상으로 글로벌 1위를 지키고 있다. 

    조 회장은 그간 섬유사업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보여왔다. 그는 효성티앤씨에서 9년간 섬유·무역 PG장을 맡는 등 직접 섬유사업을 챙겨왔으며, 2019년에는 오는 2028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자해 연산 2만4000톤의 탄소섬유 공장을 완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재계 관계자는 “조현준 회장의 선제적 투자가 성과로 이어지면서 지난해 해외법인과 자회사들의 글로벌 경영이 본궤도에 올랐다”며 “사내이사 재선임을 통해 오너경영인 체제 기반에 따른 책임경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