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5개사와 롯데·SK그룹 중고차 시장 진출 가시화현대·KB캐피탈 등 파이 뺏길까 노심초사대기업 계열사 시장 지배력 확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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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사진.ⓒ연합뉴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공식 허용되면서 카드사와 캐피탈사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로 중고차 할부금융 시장을 키워왔는데 특정 업체들이 독식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대기업 계열사들의 시장지배력이 훨씬 우세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벤처부는 지난 17일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고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탈락시켰다. 중소규모 업체들의 고유 터전으로 여겨져온 중고차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앞다퉈 대기업들이 중고차시장 진출을 공식화하고 있다. 현대·기아·한국지엠·르노코리아·쌍용차 등 완성차 5개사는 물론 롯데렌탈을 운영하는 롯데그룹과 과거 법적 규제로 중고차사업을 접은 SK그룹의 재진출도 점쳐진다.

    시장을 주도할 핵심 플레이어는 당연히 현대·기아차다. 이미 중소사업자들과의 상생을 위해 5년, 10만㎞ 이내의 자사 차량 중 품질 테스트를 통과한 차량만을 대상으로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다만 중고차 시장에 먼저 진출한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의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현대차의 인증 중고차 사업이 현대캐피탈과 내용부터 서비스까지 판박이여서 실적에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현대캐피탈은 2015년 국내 금융사 최초로 인증 중고차 서비스를 내놨다. 6년, 12만㎞ 이내 무사고 또는 사고 정도가 경미한 차량만 골라 정밀검사와 품질개선을 거쳐 판매해 왔다.

    KB캐피탈 역시 2016년 'KB차차차'를 론칭하며 현재 200만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해 자동차 대표 플랫폼을 자리매김했다. 이를 바탕으로 중고차 시장에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며 실적을 이끌었다.

    하지만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파급력이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자사 브랜드 차량을 직접 확보·검수하므로 단기에 소비자 신뢰를 얻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카드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그간 공들여 키워온 중고차 금융시장을 완성차업체 계열사에 뺏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가장 수혜를 받는 카드사는 현대카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가 직매입해 중고차를 판매하는 만큼 계열 카드사를 이용할 경우 저금리 할부, 캐시백 혜택 등이 주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렌탈도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만큼 롯데카드도 수혜 대상에 오를 수 있다.

    다만 대기업이 중고차시장에 진출할 경우 시장 파이 자체가 커지는 만큼 카드사와 캐피탈사에도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KB증권 분석에 따르면 현재 중고차 시장규모는 연간 250~270만대로, 신차시장 대비 1.4배 수준이다. 게다가 대기업 진출로 인해 중고차시장의 연간 거래량이 최소 50만건(6조원) 이상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차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으로 변해 경쟁이 치열하다"며 "중고차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중고차금융 서비스 시장도 커지는만큼 카드사나 캐피탈사에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