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 흥국생명‧흥국화재, 3개 재단 등 수장 교체이 전 회장 복귀 염두한 전열 정비 차원으로 해석신사업 발굴‧내부 혁신 활동 등 그룹 차원 혁신 예고
  • 태광그룹이 연이어 주요 계열사 수장을 교체하며 인적 쇄신에 나서고 있다. 이호진 전 회장의 공식 경영 복귀를 앞두고 선제적 준비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태광그룹은 올해 변화와 혁신을 최우선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 들어 주력 계열사 인사를 통한 인적 쇄신을 단행하는 등 만반의 채비를 갖췄다. 

    우선 태광산업의 경우 올 1월 조진환 정철현 대표를 신임 각자대표로 선임했다. 조 대표는 석유화학사업본부를, 정 대표는 섬유사업본부다. 정 대표는 그룹의 섬유 자회사인 대한화섬도 함께 맡는다. 두 대표 모두 그룹 공채 출신으로 현장 경험이 풍부, 사업 안정화와 신규사업 적극 발굴 등으로 태광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이끈다는 구상이다. 

    지난 2월에는 흥국생명과 흥국화재에 신임 대표이사로 각각 임형준 대표와 임규준 대표를 선임했다. 두 대표는 금융 분야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은 전문가로, 건강한 조직문화를 구축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을 확립한다. 특히 현재 추진 중인 디지털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고객중심 경영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최근에는 그룹 산하 일주·세화학원, 일주학술문화재단(이하 일주재단), 세화예술문화재단(이하 세화재단) 등 3개 재단 이사장에 이재현·이우진·서혜옥 교수를 각각 선임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각 재단 특성에 맞는 사업에 집중하고자 전문적인 역량과 경력, 경륜을 갖춘 인사를 새로운 이사장으로 선임했다는 게 태광그룹의 설명이다. 

    재계에서는 지난해 10월 이호진 전 회장 만기 출소함에 따라 태광그룹이 안팎으로 재정비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혁신과 재도약을 위한 그룹 차원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모양새다.

    앞서 이 전 회장은 400억원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2011년 구속기소됐다. 그러나 건강상 이유로 곧바로 풀려나 황제보석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2019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작년 10월 만기출소했다. 

    하지만 공식적인 경영 복귀는 하지 않고 있다. 금융 계열사인 흥국생명, 흥국화재, 고려저축은행 등 경우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라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않으면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다. 태광산업 등 계열사에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경제범죄법)’에 의해 5년간 취업이 제한된 상태다.

    하지만 최대주주로 그룹 전반의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실제 이 전 회장은 태광산업의 지분 29.48%를 가진 최대주주이며, 흥국생명의 지분 56.30%를 보유 중이다. 흥국화재의 경우 흥국생명이 59.56%, 태광산업이 19.63%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와의 행정소송에서 승소함에 따라 고려저축은행 지분 30.5%에 대한 지배력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한때 재계 순위 30위권까지 올랐던 태광그룹은 오너 부재로 인해 성장이 멈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0년 티브로드를 SK브로드밴드에 매각하면서 재계 순위는 2019년 40위에서 2020년 49위로 아홉 계단이나 하락했고, 작년에도 49위로 현상 유지에 그쳤다. 

    이제 10년 동안 멈췄던 태광그룹의 도약이 다시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는 인수합병(M&A)의 명수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재계 손꼽히는 투자실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20여개 지역케이블TV 사업자를 인수해 티브로드를 탄생시켰고, 2005년 쌍용화재(현 흥국화재), 피데스증권중개(현 흥국증권), 예가람저축은행 등을 연이어 인수하며 사세를 확장해왔다. 

    실제 태광그룹은 이 전 회장이 출소를 앞둔 지난해 6월 LG화학과 손잡고 아크릴로니트린(AN) 증설을 위한 대규모 합작투자를 결정, 티엘케미칼(TL Chemical)을 설립했다. 최근 TL케미칼은 울산시와 생산시설 증설 투자 양해각서를 맺는 등 신사업 영토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 밖에 전사적으로 내부 혁신 활동에도 속도를 낸다. 일례로 주력 계열사 태광산업은 전사적으로 사업장 내 안전환경을 최소화해 단 한 건의 안전사고도 발생하지 않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태광그룹 인사를 보면 쇄신과 함께 책임경영을 강조한 경향이 보인다”며 “이는 이호진 전 회장 부재로 인해 주춤했던 사업을 다시 힘을 주겠다는 의지 아니겠냐”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맞춰 이 전 회장이 경영에 본격적으로 복귀하면 그룹 주요 결정도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어 재도약 기반이 마련됐다고 봐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