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등 정비사업장 곳곳서 분양 연기 조짐인수위 규제완화 '속도조절', 부동산대책 발표 늦춰실수요자 서울 주택공급 가뭄 우려 확산
  • 둔촌주공 재건축 등 서울 주요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분양일정이 지연되면서 신규 주택공급에 적신호가 켜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시 앞서 의지를 내비쳤던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대해 속도조절을 예고하면서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공급 가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지난 15일 0시를 기해 공사를 중단했다. 공사비 증액을 두고 조합과 시공사업단간 갈등이 커진 탓인데 조합 역시 지난 17일 총회에서 2019년 전임 집행부가 체결한 공사계약 변경 의결건을 취소하며 맞불을 지폈다. 

    더욱이 조합은 공사중단이 10일이상 이어질 경우 계약해지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양측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게 됐다. 사업 차질이 불가피해지면서 연내 예정됐던 일반분양(4786가구)도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올 상반기 2000여가구의 일반분양을 예고했던 서울 동대문구 이문1·3구역 재개발사업도 분양일정이 연기됐다. 이문1구역의 경우 가구수를 늘리는 설계변경으로 인해 하반기 분양이 점쳐지고 있다. 

    HDC산업개발과 GS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사로 선정된 이문3구역은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 조합내 시공사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분양이 연기될 분위기다.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사업 역시 현재 문화재 발굴정밀조사를 진행중이어서 일반분양(819가구)에 차질이 생겼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분양가문제 등으로 서울 아파트 분양이 올해로 대거 이월됐는데 일단 상반기 분양 물량이 대거 하반기로 이월될 분위기"라며 "청약 대기자들도 분양일정이 잡히지 않아 답답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간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약속했던 인수위도 최근 부동산시장이 다시 들썩일 조짐을 보이면서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시장에서는 인수위가 이번주 새로운 부동산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시장 혼란 등을 이유로 발표 시점을 미룬 상태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살펴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값(매매기준)은 지난주에 이어 2주 연속 보합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1월말부터 10주간 하락세를 이어왔지만 대선이후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난주 보합 전환됐다.

    재건축 추진 단지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리면서 호가도 오르는 등 차기 정부의 부동산정책 기조가 시장에 자극을 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와관련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지난 18일 현안 브리핑에서 "시장에 혼선을 안주는 게 최상이라는 의견이 대두됐다"며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하겠다는 것은 확정 안됐고 이번 주에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던 종합 부동산대책 발표는 상당기간 늦춰질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규제 완화에 따른 단기적 집값 상승 가능성에 동의하는 모습이지만 차기 정부가 약속한 대규모 주택공급을 위해선 불가피한 조치라는데 입을 모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비사업 규제 완화 과정에서 집값은 올라갈 수밖에 없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주택공급 확대를 통해 부동산시장 안정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윤석열 당선인의 250만가구 주택공급 공약 현실화를 위해서라도 규제완화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