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역대 최대 실적 불구 '6만전자' 구간 장기화 경영진 책임경영 시그널 내비쳤지만 시장은 뒷걸음질사업 부문별 성장 모멘텀 찾기 어렵다는 평가 나와 D램 우려 충분히 반영…하반기 및 3분기 반등 전망도
  •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역대급 실적을 냄과 동시에 최근 임원들이 책임경영 의지를 내비쳤지만, 주가는 좀처럼 반등 기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에 대한 시각이 엇갈린다. 거시환경 불안에 따른 수요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목표주가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올 하반기 실적 반등과 함께 주가도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일 전 거래일 대비 0.15%(100원) 하락한 6만7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최고경영진은 물론이고 주요 임원을 대상으로도 자사주 매입 독려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음에도 보합권에서 움직인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52주 신저가를 무려 10번이나 경신했다. 4월 한 달간 3.2% 하락해 이른바 ‘6만전자’ 굴레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같은 기간 메모리반도체의 업황 둔화를 우려한 외국인과 기관은 삼성전자를 각각 3조4242억원, 1조1879억원 매도하며 주가 하락을 주도했다. 반면 개인은 4조231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외국인과 기관이 팔아치운 물량을 받아냈다.

    이는 삼성전자가 지난 1분기 역대급 성과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걷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의외라는 평가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매출 77조8000억원, 영업이익 14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18.95%, 50.5% 증가했다. 특히 매출은 작년 3분기(74조원), 4분기(76조6000억원)에 이어 3개 분기 연속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증권가에서도 최근 삼성전자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삼성전자를 둘러싼 시장 불확실성이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원자재 가격 상승, 미국 연준의 고강도 긴축 행보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핵심 부품과 장비 부족 현상 등이 2분기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다올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부문별 성장 모멘텀을 찾기 어렵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10만5000원에서 8만8000원으로 하향했다. 

    이밖에 ▲NH투자증권 10만5000원→8만7000원 ▲신한금융투자 9만7000원→8만7000원 ▲메리츠증권 9만6000원→8만4000원 ▲하이투자증권 8만9000원→8만2000원 등이 삼성전자의 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사상 최대 이익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사업 부문별 성장 모멘텀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라며 “메모리 반도체는 압도적 기술 경쟁력이 약화하는 모습이고 디스플레이(DP)는 중국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양산 본격화로 경쟁 심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경기 개선을 확신케 하는 경기 선행 지표들의 개선이 나오기 전까지는 삼성전자 주가가 역사적 평균 배수인 1.6배 수준(8만원대 초중반)을 넘어설 가능성도 높지 않은 것”이라며 “당분간 이러한 주가 구간을 이용한 매매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튼튼한 실적이 뒷받침되는 만큼, 반도체 업황 내 반등의 기미가 보이면 삼성전자의 주가가 가장 먼저 고개를 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 상반기 대부분 요인들이 악화한 탓에 하반기에는 일부 정상화 소식만으로도 주가는 탄력적 상승 전환이 가능할 전망”이라며 “비영업적인 주가 상승 모멘텀이 올해 3분기 중 발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한 “삼성전자 주가의 구조적 반등은 주가가 얼마나 낮아졌느냐보다는 영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을 때 발생할 것”이라며 “파운드리 경쟁력 회복과 대규모 수주 계약, 세트와 부품 사업부 간 선순환 구조, 메모리 경쟁사와의 격차 확대 등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키움증권과 삼성증권, IBK투자증권 등은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여전히 10만원으로 유지한 상태다. 케이프투자증권은 10만5000원을 유지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삼성전자 주가 하락은 디램(DRMA) 시장 우려를 충분히 반영했다. 디램 가격 하락 폭도 제한적일 것”이라며 “2분기까지 낸드 업황은 호조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이어 “1분기를 저점으로 실적 개선세가 이어져 올해 영업이익은 60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한다”라며 “주가 상승 여력은 높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가의 방향성을 결정할 디램 업황을 보면 올해 상반기는 증설된 생산능력을 소화해내는 과정에 있겠지만, 수요의 극성수기에 진입하는 하반기에는 공급 증가율이 둔화하며 고정 디램 가격의 상승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