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디시네트워크 조단위 5G 장비 수주이재용 부회장 네트워킹 능력 '결정적'대규모 장기 계약 맺는 분야 '신뢰관계' 필수사법 리스크에 글로벌 활동 제약 커져... '역할론' 부상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가 미국 제4 이동통신 사업자인 디시 네트워크(DISH Network)에 조단위 규모 5G 통신장비 공급 계약을 맺은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킹 능력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통신장비 분야처럼 글로벌 수주건에선 특히 네트워킹이 결정적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데 6년 넘게 이어진 사법 리스크가 이 부회장이 향후 이 같은 역할을 맡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에 우려도 커졌다.

    삼성전자는 전날 미국 이통사인 디시 네트워크에 대규모 5G 통신장비 공급사로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디시 네트워크의 5G 전국망 구축을 위한 △5G 가상화 기지국 △다중 입출력 기지국을 포함한 라디오 제품 등이 공급될 예정이다. 

    이번 디시 네트워크와의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1조 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이 미국 내에 5G 통신장비를 공급한 계약 규모 중 역대 두번째일 정도로 중요한 계약건이 성사된 셈이다.

    최종적으로 이번 계약이 성사된데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킹 능력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다. 계약에 앞서 이 부회장이 디시 창업자인 찰리 에르겐 회장과 신뢰관계를 쌓아온 것이 결국 양사 간의 사업 협력을 이끈 키가 됐다는 것이다.

    이번 계약 성사로 이 부회장이 과거 에르겐 회장과의 관계를 형성하는데 들였던 노력이 다시 주목받았다. 지난해 9월 한국을 방문한 에르겐 회장과 사업 미팅이 잡혀있었는데 이 부회장 측에서 에르겐 회장에게 북한산 동반 산행을 제안해 약 5시간 가량 함께 산에 올랐다는 일화가 뒤늦게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이 부회장은 에르겐 회장이 평소 킬리만자로 산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등 세계 고산 지역을 두루 섭렵한 등산 애호가라는 점을 고려해 이 같은 제안에 나섰다고 전해진다.

    이 부회장의 이 같은 제안이 아니었다면 양사는 한정된 시간동안 사업 미팅만 가졌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등산을 함께 하며 개인적인 이야기는 물론이고 사업 협력 방안에 대해서까지 두루 대화를 나눈 두 사람은 덕분에 더 깊은 신뢰관계를 기반으로 확신을 갖고 사업에서도 협력에 나설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이미 삼성의 사업 뿐만 아니라 사실상 한국을 대표하는 민간 외교 사절단 수준이라는게 재계의 공통된 평가다. 2년 전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도 이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나서 백신 유치에 힘쓴 것도 널리 알려진 내용이다. 이 밖에도 정부와 대통령이 다양한 국빈을 맞이할 때 이 부회장의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한 사례는 많다.
  • ▲ 지난해 11월 해외출장을 떠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지난해 11월 해외출장을 떠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글로벌 사업을 하고 있는 삼성의 경우엔 이 부회장의 역할이 결정적인 상황이 더 많다. 특히 이번 통신장비 사업과 같이 글로벌 시장에서 대규모 수주를 해야 하는 분야엔 네트워킹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신장비의 경우 장기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해야 해 협력하는 회사 간의 신뢰 관계가 더 중요할 수 밖에 없다. 화웨이나 노키아 등 중국이나 유럽 업체들도 막강한 기술력으로 수주를 시도하고 있어 경쟁도 치열하다.

    앞선 계약에서도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사업 수주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사례는 다수였다. 삼성이 통신장비 사업에서 최대 규모 계약을 성사시킨 지난 2020년 버라이즌과의 협력에서도 이 부회장이 한즈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와의 친분이 작용했다.

    일본 통신사업자 NTT도코모와 KDDI에 5G 장비를 납품하게 된 데도 이 부회장이 일본 재계는 물론이고 정계까지 두루 인맥을 쌓아뒀던 것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9년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길이 막혔던 위기상황에도 든든한 일본 내 네트워크를 활용해 발 빠르게 문제 해결에 나서는 등 리더십을 보여줬다.

    신흥시장 인도에서도 이 부회장의 존재감은 막강하다. 이 부회장은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그룹 회장의 자녀 결혼식에도 여러번 초청받았을 정도로 인도 기업인들과 끈끈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덕분에 인도 최대 통신기업인 릴라이언스 지오는 4세대 이동통신(LTE)에서 삼성의 네트워크 장비와 기지국 등을 사용하며 협력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6년 간 사법 리스크로 재판장을 오가는 중에도 해외 네트워크를 다지는 일은 제쳐두지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많은 시간을 재판에 소모하고 예전만큼 네트워크 구축 활동에 나서지 못했다.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사면권 행사가 좌절되면서 재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가 이 부회장이 그동안 쌓아왔던 이 같은 글로벌 네트워크 행보를 또 다시 이어가기 힘들어졌다는 점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는 돈으로 환산하기도 어려울만큼 가치있는 것이자 국내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부분"이라며 "수년 간에 걸쳐 발목을 옥죄는 사법 리스크가 가장 안타까운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