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동 단독주택 2년 4개월 간 빌려주고 3억2천 임대료 받아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와 '판박이'외교라인 인사 상대 '합법적 로비' 의혹
  • ▲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 ⓒ뉴데일리 DB
    ▲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 ⓒ뉴데일리 DB
    윤석열 새 정부의 초대 주미대사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의 서울 이태원동 자택을 미국 대기업인 엑슨모빌에 임대해 수억 원의 임대료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조 의원 자택을 임대한 미국 기업은 공교롭게도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서울 신문로 자택을 거액에 임대했던 곳이어서 상관관계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6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조 의원은 지난 2017년 9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미국의 석유화학기업인 엑슨모빌의 한국지사 모빌코리아윤활유주식회사(이하 모빌코리아)에 자신의 서울 이태원동 자택을 임대했다.

    해당 주택은 지하 1층~지상 3층으로 이뤄진 단독주택으로 지난 2012년 8월 조 의원 부인인 이모씨가 매입한 뒤 재건축을 거쳐 현재 조 의원 가족이 거주 중인 곳이다. 

    조 의원은 이 집을 모빌코리아에 빌려주고 임대료 3억2천만 원을 받았다. 월 임대료로 보면 1천100만 원 수준이다. 임대 계약은 모빌코리아가 조 의원의 자택에 선월세를 내고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앞서 논란이 된 한 후보자와 임대방식과 기간, 임대료 수입이 '판박이'다. 

    조 의원은 외무고시 출신으로 1980년부터 외교부에서 대미 관계 전문가로 활동했다. 북미1과장과 북미국 심의관, 북미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후 외교부 1차관을 거쳐 지난 2015년 10월부터 박근혜 정부에서 국가안보실 1차장으로 근무했다. 지난 2016년 11월에는 엑슨모빌 CEO 출신인 렉스 틸러슨이 미국 국무부장관으로 지명되자 한미 외교장관 회담 성사를 위해 한국 대표단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조 의원이 모빌코리아에 자택을 임대한 시기는 문재인 정부 당시로 그가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이지만 그의 이력 등을 고려하면 미국계 기업에도 충분히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정관계 인사들의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엑슨모빌이 주택을 임대하고 임대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한국 외교라인 인사들에게 이른바 '합법적 로비'를 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조 의원에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역시 엑슨모빌의 자회사인 모빌오일코리아에 서울 종로구 신문로의 단독주택을 임대해 수억 원의 임대료를 받은 것이 알려져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한 정관계 인사는 "한 후보자나 조 의원 모두 외교라인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사람들"이라며 "엑슨모빌이 임대료를 챙겨주는 방식으로 이들을 관리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본보는 엑슨모빌이 조 의원의 자택을 임대한 이유를 묻기 위해 조 의원과 엑슨모빌, 모빌코리아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