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1만3757원씩, 667억 투자 중간배당 등으로 불만 가라앉혀 정태영→현대커머셜→현대카드 지배력 강화
  • 올해 결산배당을 하지 않은 현대카드가 소액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현대카드 대주주인 현대커머셜이 소액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들을 매입하는 한편 중간배당도 실시했다. 이를 통해 현대커머셜의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커머셜은 지난 1일 이사회를 열고 계열 회사인 현대카드의 소액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매수 추진을 승인했다. 매입 대상은 현대카드 소액주주 1946명이 보유하고 있는 전체 주식 485만1112주(3.02%)다.

    현대커머셜은 주주들이 현대카드에 주식매수 청약을 한 주식을 주당 1만3757원에 사들일 예정이다. 이번 매입 가격은 푸본그룹이 지난 현대카드 지분을 인수하면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책정한 가격과 동일한 수준이다.

    현대커머셜은 소액주주들에게 자산 유동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번 주식 매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기업공개(IPO) 잠정 중단 결정으로 소액주주들의 이익 실현 기회가 차단됐기 때문이다.

    추가로 현대카드는 소액주주들의 이익 실현을 돕기 위해 내달 1일 1주당 561원의 현금배당도 실시하기로 했다. 배당 총액은 900억원, 배당률은 11.22%다. 결산배당을 하지 않는 대신 중간배당을 한 것이다.

    실제 현대카드가 지난 3월말 주주총회를 열고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 결산 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컸다. 현대카드가 2019년부터 상장을 추진하면서 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산 소액주주들은 주총장에서 IPO 중단과 배당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회사측에 항의하기도 했다.

    이번 현대커머셜의 지분 매수로 현대카드 지분율은 기존 28.56%에서 최대 31.56%로 높아지게 된다. 최대 주주 현대자동차(36.96%)와의 지분율 차이는 5.4%포인트로 줄어든다.

    현대커머셜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대카드의 지분율을 늘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이사회를 통해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지분 4%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태영 부회장의 독자 노선 강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하반기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의 경영을 분리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18년동안 현대캐피탈을 이끌었던 정 부회장이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의 경영만 맡게 됐다.

    이런 가운데 현대커머셜은 정태영 부회장과 정명이 현대커머셜 사장이 각각 12.5%, 2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자동차(37.5%)와 동일한 지분을 갖고 있어 정 부회장의 지배력이 가장 강한 회사다. 결국 현대커머셜의 현대카드 지분이 늘어나면 정 부회장의 지배력도 간접적으로 강화될 수 있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IPO를 한다고 해서 투자목적으로 주식을 산 소액주주들은 엑시트 기회가 사라져 불만이 컸다"면서 "다만 일부 주주들은 1만5000원 이상에 산 사람들도 있어 모두가 청약에 나설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