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임금피크제 판결 후폭풍, 노조 줄소송 예고삼성전자·현대차·포스코 등 대기업 노조, 임단협에 폐지 주장 잇달아재계, 대법 무효 사례는 '정년유지형'… '정년연장형' 상관 없어
  • ▲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가 지난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임금피크제 지침 폐기 및 노정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가 지난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임금피크제 지침 폐기 및 노정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나이만을 기준으로 직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대법원의 최근 판결로 인해 재계에서 노사 갈등이 촉발되고 있다. 이에 기업들이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일부 대기업 노조가 판결에 따른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올해 단체교섭에서 임금피크제 자체를 아예 없애려 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포스코 등 국내 주요 기업 노동조합에서 임금피크제 폐지 요구가 확산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사측에 "회사는 근무 형태와 업무의 변경 없이 단순히 나이를 기준으로 한 임금피크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명백한 차별이므로 폐지를 요구한다"는 임금피크제 폐지와 보상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노조도 만 59세가 되면 임금을 동결하고, 60세가 되면 기본급의 10%를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단체교섭 요구안에 넣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도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을 위한 소송인단을 모집하며 준비에 나섰다.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먼저, 임금피크제가 '정년연장형'과 '정년유지형'으로 구분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임금 삭감 대신 정년을 늘리는 '정년연장형'과 정년을 그대로 두고 임금만 삭감하는 '정년유지형' 등으로 구분된다. 두 제도 가운데 대다수 사업체는 정년연장형을 도입해 운용중이다. 대법원이 무효라고 판단한 사례는 정년 연장 없이 경영 효율을 목적으로 도입한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앞서 5월 26일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판결 이후 실시한 30대 기업 긴급 임금피크제 실태조사를 한 결과 95.7%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재계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애초에 고령자고용법상 연령차별에 해당하지 않으며,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라 하더라도 기존 규정 상의 정년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임금피크제라면 이번 판결을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경총은 "이번 대법원 판결은 예외적인 사례이며 임금피크제는 고용 보장을 위해 노사 합의를 거쳐 도입된 정당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임금피크제는 정년 연장과 고용 보장을 위해 노사 간 합의로 도입된 제도이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은 도입 목적의 정당성,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업무량 조정 등의 대상 조치 여부 등에서 노사 간 입장이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며 "향후 재판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신중한 해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계 관계자는 "대다수 기업이 적용하고 있는 임금피크제는 이번 판결과 상관없는 정년연장형이지만노조에서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도 모두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임금피크제가 고용보장 자체로 정당성이 인정되고, 노사가 합의를 통해 도입한 점, 법률상 연령차별의 예외에 해당한다는 점 등의 논리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또 보다 명확한 법 정비로 혼란을 최소화하되 호봉제가 직무급이나 역할급제로 전환되도록 근본 해결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