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27% 껑충... 점유율 19% 차지코로나19 이후 급증 가전·차량용 반도체 수요 품귀퀄컴·브로드컴도 탐냈던 매물... 높아진 몸값에도 삼성 눈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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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XP홈페이지
    삼성이 인수 대상으로 눈 여겨 보고 있다고 알려진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가 지난해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MCU는 코로나19 이후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대표적인 반도체인데 덕분에 가격이 올라 가뜩이나 몸값이 높았던 NXP의 콧대가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NXP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7% 늘어난 37억 9500만 달러(약 4조 9000억 원)를 기록하며 MCU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켰다. 시장 점유율도 18.8%로 1위에 올랐다.

    MCU는 전자제품에 탑재돼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칩으로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최근엔 자동차가 전장화되면서 차량용 MCU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데 NXP가 특히 차량용 MCU에 강점을 가진 기업으로 꼽힌다. 그 밖에도 사물인터넷(IoT) 시장에서도 MCU 공급이 대폭 늘면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MCU 수요가 커지는데서 더 나아가 공급부족까지 초래할 정도로 품귀현상이 심각해졌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첫 해인 지난 2020년엔 공급 부족으로 MCU시장 전체 매출은 2% 가량 줄었는데 이후 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지난해엔 오히려 매출이 27% 늘었다.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MCU의 평균 판매가격(ASP)은 전년 대비 12% 올랐는데 이는 1990년대 중반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NXP는 상위 5개 MCU 기업 중에서도 지난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4위에 오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TMicroelertonics)가 35%의 성장률을 내며 가장 선전한 데 이어 NXP가 두번째로 높은 성장률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이들 외에도 마이크로칩(Microchip), 르네사스(Renesas), 인피니온(Infineon) 등 주요 MCU업체들이 20%대 성장률을 나란히 기록하며 품귀현상으로 몸값이 높아진 MCU 인기를 실감케 했다.

    코로나19로 수요가 폭발하긴 했지만 앞으로도 MCU 시장 수요가 확대되는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았던 MCU시장에 큰 관심이 없었던 삼성전자와 같은 종합반도체기업(IDM)이 이 시장의 가능성을 다시금 들여다보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은 최근 반도체 분야에서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그 대상 중 한 곳으로 꾸준히 물망에 오르는 곳이 바로 NXP와 같은 MCU 제조사다.앞서 지난 2019년에도 삼성이 NXP와 매각 협상 테이블까지 앉았다가 가격에 대한 이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딜이 성사되지 못했는데, 이후 MCU 시장에 대한 전망이 점차 좋아지면서 업계 1위 NXP의 몸값도 더 올라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최근에도 삼성은 글로벌 팹리스들을 포함해 반도체업계에서 다양한 매물을 검토하며 M&A 추진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도 NXP는 꾸준히 협상 대상으로 언급된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일 유럽으로 출장을 떠난 이유 중 하나가 네덜란드에 위치한 NXP와 매각 협상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라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NXP 몸값이 과거보다 더 올라갔을 가능성이 높지만 삼성이 그만큼을 지불하고서라도 NXP를 사들여야 할 이유가 더 커졌다면 딜 성사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반도체업계와 M&A시장에서 추정하는 NXP 기업 가치는 70~80조 원 규모다. 지난 2016년 삼성에 앞서 퀄컴이 NXP와 인수 협상을 벌였던 당시 NXP의 몸값은 380억 달러(약 44조 원) 수준이었지만 이후 브로드컴까지 NXP 인수전에 가세하며 기업 가치가 대폭 뛰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 2019년 삼성이 처음 M&A를 추진하던 당시엔 440억 달러(약 47조 원)까지 몸값이 높아져 매각 성사에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