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2분기 영업손실 기록… 24년만경쟁사 오뚜기·삼양식품 영업이익은 오히려 상승마케팅 비용 대폭 늘렸지만 점유율은 오히려 감소
  • 농심이 2분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라면업계 1위 사업자인 농심이 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24년만이다. 경쟁사인 오뚜기, 삼양식품의 영업이익이 모두 늘었다는 점에서 이번 농심의 적자는 의미가 각별하다. 

    업계에서는 원가 부담이 높아지는 국면에서도 농심이 과감한 할인 등 마케팅 승부수를 걸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적자를 감수한 이런 노력에도 농심의 2분기 점유율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1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 2분기 별도기준 영업손실 30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이 58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6% 신장했음에도 불구하고 24년만에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이번 농심의 적자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이례적이다. 경쟁사인 오뚜기는 2분기 영업이익이 42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61.9% 신장했고, 삼양식품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 2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6.9% 늘었다. 농심의 수익성만 급격하게 나빠진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경쟁사와 사업구조가 다르다는 특수성을 제외하고라도 농심의 영업손실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원가부담이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그 외에도 제품 판촉 등에 상당한 비용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원자재가 상승은 농심의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하다. 전년 2분기 75.4%에 불과했던 농심의 매출원가율은 올해 2분기 기준 77.1%로 1.7%p 상승했다. 라면의 주요 원료인 소맥, 팜유의 수입 가격이 크게 상승한 것이 주효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농심의 적자전환을 설명하기는 힘들다. 2분기 농심의 매출총이익은 13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8% 늘었다. 매출이 늘면서 이익의 규모도 함께 높아진 것이다.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친 것은 오히려 판매비와 관리비 항목이다. 농심의 2분기 판관비는 13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보다 17.1% 증가했다. 이는 매출총이익의 상승 폭을 두 배 이상 뛰어넘는 수준이다. 판관비 중에서도 판촉, 마케팅비가 포함되는 광고선전비가 전년 동기 보다 63억원 증가한 217억원을 기록하면서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업계에서 농심이 2분기 적자를 감수한 과감한 마케팅 승부를 걸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실제 농심은 올해 ‘배홍동 비빔면’ 등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그동안 약세로 꼽혀왔던 비빔면 시장에서 도전장을 내밀었다. 특히 톱스타로 꼽히는 방송인 유재석을 모델로 발탁하면서 마케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적자를 감수한 이런 공격적 영업에도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2분기 농심의 매출 기준 라면시장 점유율(닐슨코리아)은 54.6%로 전년 같은 기간 보다 0.2%p 하락했다. 대량의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점유율이 오히려 하락한 것이다. 대신 같은 기간 판매수량 기준 라면시장 점유율은 52.9% 전년 동기 대비 1.0%p 상승했다. 농심이 그만큼 저렴하게 물건을 팔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농심 관계자는 “국제 원자재 시세의 상승과 높아진 환율로 인해 원재료 구매 단가가 높아졌으며, 이외 유가 관련 물류비와 유틸리티 비용 등 제반 경영비용이 큰 폭으로 상승해 매출액이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은 감소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