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업계, 11~15% 인상 통보… "가격 인상 불가피"레미콘업계 "수용 불가… 인상 강행시 레미콘 공급 중단"건설사, 수익성 악화… 상반기 원가 10兆↑-이익률 8% '뚝'
  • ▲ 2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시멘트 가격 기습인상 규탄대회. 220825 ⓒ연합뉴스
    ▲ 2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시멘트 가격 기습인상 규탄대회. 220825 ⓒ연합뉴스
    시멘트 가격 인상을 둘러싼 시멘트업계와 레미콘업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시멘트 업체들이 다음 달부터 시멘트 가격을 10% 이상 올리겠다고 통보하자 레미콘 업체들은 "철회하지 않으면 건설현장에 레미콘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다.

    올 들어 원자재 쇼크 등으로 원가 부담이 가중되면서 수익성이 저하된 건설사들은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는커녕 전반적인 업계 분위기 침체까지 우려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 레미콘 업체 대표들이 모인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지난 25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시멘트 가격 인상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배조웅 연합회 회장은 "지난해 7월부터 지금까지 6개월, 3개월에 한 번씩 시멘트 가격을 올린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사전에 설명도 없이 기습적으로 가격 인상을 통보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시멘트 가격이 올라가면 건설사와 레미콘값 인상을 두고 협상해야 하는데, 건설사에서 올려주지 않으면 우리는 셧다운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멘트업계는 유연탄을 비롯한 주요 원자잿값 폭등, 물류비 증가 등으로 시멘트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삼표시멘트는 시멘트 가격을 기존 t당 9만4000원에서 10만5000원으로 11.7% 인상하겠다고 통보했고, 한일시멘트도 기존 9만2200원에서 10만6000원으로 14.9% 인상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레미콘 업체들에 보냈다.

    이어 성신양회(13.5%)와 한라시멘트(14.5%)도 가격 인상에 동참했고, 쌍용C&E와 아세아시멘트도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멘트업계 한 관계자는 "전방위적인 원가 상승으로 자체적인 절감 노력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추가적인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레미콘 업체들이 시멘트 값 인상시 공장 '셧다운'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건설업계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건설현장에 레미콘 공급이 중단되면 골조 공사가 지연되면서 손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앞서 건설업계는 시멘트업계가 추가적인 가격 인상안을 통보하자 4일 레미콘 업계와 함께 비상대책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연탄 가격이 급등하면서 상반기에만 시멘트 값을 20% 가까이 올렸는데, 유연탄 구매가격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자잿값이 많이 오르면서 건설사들이 사업을 많이 해도 영업이익을 개선하기 힘든 실정"이라며 "원자재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인 만큼 공격적으로 사업에 나서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지켜볼 수도 없으니 딜레마"라고 말했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중소·중견건설사들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중견건설 C사 관계자는 "철·콘업계뿐만 아니라 화물연대와 레미콘 운송 거부 등으로 이미 공사가 지연돼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부동산시장 불확실성과 더불어 시공사들의 피해는 물론, 수익성 악화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중견건설 D사 관계자는 "시멘트뿐만 아니라 다른 자잿값도 계속 오르고 있어 이미 진행 중인 현장은 부담이 많다"며 "내년에는 자잿값이 더 오르지 않을 것이란 보장도 없어 대부분의 신규 사업은 공사가 연기되거나 분양 일정을 미루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건설업계는 올 들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공사 지연과 원자재 쇼크로 인해 원가 부담이 가중된 상황이다.

    반기보고서 분석 결과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의 원가율은 89.0%로, 지난해 상반기 86.9%에 비해 2.08%포인트(p) 악화했다.

    같은 기간 매출 규모가 51조원에서 60조원으로 18.0% 늘어났지만, 매출원가가 44조원에서 54조원으로 20.8% 웃돌면서 부담이 가중됐다.

    △HDC현대산업개발 94.9%(+16.9%p) △현대엔지니어링 93.2%(+5.10%p) △GS건설 88.1%(+4.76%p) △대우건설 88.4%(+4.07%) △DL이앤씨 86.0%(+3.85%p) 등이 평균 변동률을 웃돌았다.

    이 여파로 영업이익률도 6.28%에서 4.86%로 1.42%p 줄어들었다. 원가 부담이 가중된 △HDC현대산업개발 -1.67%(-16.4%p) △DL이앤씨 7.67%(-41.6%p) △현대엔지니어링 2.18%(-3.69%p) △대우건설 6.56%(-3.60%p) 등 이익률이 평균치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HDC현대산업개발(-83억원, 적자전환), 현대엔지니어링(1126억원, -32.5%), DL이앤씨(2187억원, -24.6%) 대우건설(2220억원, -22.60%) 등은 순이익도 지난해에 비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주택시장 침체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건설사들이 수익성을 담보하기 힘들고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며 "이미 올 초 철콘업체, 레미콘 운송노조 및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사업이 한 차례 발목을 잡힌 상황에서 자잿값 인상과 금리 인상에 따른 비용 부담이 가중되면 중장기적으로 주택시장 전반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