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15구역 시공자' 선정에 포스코이앤씨만 참여지난해 송파 3곳 수의 계약…한남·압구정은 '치열'공사비·미분양 등 영향…"추후 공급부족에도 영향"
  • ▲ 지방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뉴데일리DB
    ▲ 지방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뉴데일리DB
    최근 서울 재건축 사업장 시공사 선정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이 선별수주를 강화하면서 사업성 높은 곳에만 입찰에 참여하고 있어서다. 업계는 선별수주 기조가 당분간 지속되고 정비사업장간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방배15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이 진행한 시공사선정 입찰은 포스코이앤씨만 응찰해 유찰됐다. 지난해 12월 현장설명회에는 포스코이앤씨를 포함해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 △금호건설 △한신공영 △한양 △극동건설 △진흥기업 등 10곳이 참여했지만 실제 공모엔 1곳만 참여했다.

    강남권 다른 정비사업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초구 잠원동 알짜 재건축 단지로 알려진 신반포4차도 지난달 시공사 선정에서 삼성물산만 단독으로 참여하면서 수의계약으로 전환했다. 

    관련법에 따라 2차례이상 경쟁입찰이 성립되지 않아 유찰되면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가 없어 유찰을 겪는 사업장은 또 있다. 서초구 삼호가든5차는 지난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에 참여한 곳이 없어 유찰되자 공사비를 올려 시공사 찾기에 나섰다. 

    또 방배동 방배 7구역 재건축사업도 지난해 두번의 시공사선정 입찰이 모두 유찰돼 지난달 수의계약으로 전환했다. 

    그외 지난해 송파구에서만 △잠실우성4차(DL이앤씨·공사비 3817억원) △가락삼익맨숀(현대건설·6341억원), 삼환가락(GS건설·4606억원) 등이 수의계약으로 전환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도시정비 수주경쟁에서 탈락한 건설사는 그동안 투입한 금액을 모두 날리게 된다"며 "서울에서도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는 상황을 볼 때 사업성을 철저하게 검토하고 득실을 따진 뒤 아니다 싶으면 건설사들끼리 경쟁을 벌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사업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 용산구 한남동과 강남구 압구정동, 송파구 잠실동 대형 재건축 사업장에선 시공사간 경쟁이 치열하다. 대표적으로 올해 1월 공사비 1조 6000억원에 2300가구 규모 한남4구역 재건축에서 삼성물산이 현대건설과 경쟁한 끝에 시공권을 확보했다. 

    아울러 연내 경쟁입찰이 전망된 곳들도 있다. 개포주공6·7단지와 잠실우성1·2·3차, 압구정2구역 재건축 등이 대표적이다. 개포주공 일대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간 리턴매치가 전망되는 곳이다. 잠실우성은 GS건설과 삼성물산이, 압구정은 다수 10대 건설사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 ▲ 아파트 공사현장ⓒ연합뉴스
    ▲ 아파트 공사현장ⓒ연합뉴스
    이처럼 건설사들이 선별수주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공사비·금융비용 증가 △서울·수도권 미분양 물량 증가 △부동산 경기불황 △리스크 관리와 비용 부담 회피 등으로 꼽힌다. 공격적인 수주보다 안정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선택을 선택한 셈이다.

    실제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공사비지수는 2020년 이후 30% 가까이 급등했다. 2020년을 기준으로 100이었던 공사비지수는 2021년 117.37, 2022년 125.33 상승한 후 지난해 9월 130.4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계에선 건설업계 상황이 지속적으로 위축될수록 선별수주도 강화돼 사업성이 좋은 사업지에만 수주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서울에서 한남·압구정 등 사업지가 좋은 지역 경우 현재 건설사들이 사업성이 좋다고 판단해 앞으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사업성이 낮은 지역은 강남에서도 상대적으로 외면 받으면서 양극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와 같은 현상은 수주경쟁에서 대형 건설사 몇 곳만 살아남게 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며 "이는 추후 공급부족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