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 기술 포럼서 우회적 경계… "우린 고객사 제품만 만든다"점유율 53% VS 16%… '세계 최초 3나노 양산' 뺏긴 후 추격 의식삼성, 대규모 美 투자 등 파운드리 공세 강화… 2025년 '2나노' 경쟁도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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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1등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가 점유율 격차가 큰 2위 삼성전자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다음달 3나노(nm) 공정 첫 양산을 앞두고 자신들보다 2달이나 앞서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쥔 삼성에 노골적으로 경계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TSMC와 삼성 모두 오는 2025년에는 2나노 양산을 계획하고 있어 파운드리 1, 2위의 치열한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전망이 나온다.31일 반도체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전날(현지시각) TSMC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연례 기술포럼을 열고 삼성전자를 경계하는 의미를 담은 발언을 여러 차례 해 눈길을 끌었다.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는 이날 "TSMC는 제품을 설계할 능력이 충분하지만 절대 내 제품을 만들지는 않는다"며 "TSMC 고객들은 설계를 뺏길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이어 삼성을 겨냥하는 듯한 발언도 내놨다. 그는 "경쟁상대는 고객이 성공하든 말든 자기 제품을 내놓는다"며 "TSMC에게 성공은 곧 고객의 성공이지만 경쟁사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이를 두고 업계에선 TSMC가 종합반도체기업(IDM)이자 스마트폰 등 세트사업까지 하고 있는 삼성을 가리킨 것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삼성이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에 이은 2인자로 자리매김한지는 오래지만 이번처럼 CEO가 직접 나서 후발업체를 경계하는 발언에 수위를 높인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최근 파운드리업계 분위기 변화를 시사한다는 평이 나온다.TSMC는 올 1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53.6%에 달하는 압도적인 1위 사업자다. 삼성은 점유율 16.3%로 격차가 클 뿐만 아니라 40년이 넘는 업력을 가진 TSMC에 비하면 본격적으로 파운드리 시장에 뛰어든지 10년 남짓하다.그럼에도 최근들어 1위의 불안감이 자주 엿보인다. 특히 2달 전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을 기반으로한 제품 양산을 TSMC를 제치고 세계 최초로 성공하면서 경계 수위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과거에는 시장 점유율이나 기술 어느 측면으로 봐도 TSMC가 파운드리 업계 선두주자라는게 분명했지만 삼성이 3나노 최초 양산에 성공한 이후 기술 리더십에 있어선 자리를 내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삼성이 3나노 양산에는 발 빨랐지만 TSMC도 당장 다음달이면 3나노 양산을 시작한다. 삼성에 간발의 차이로 세계 최초를 내준 TSMC는 자사 3나노 공정 수율이 80%를 넘는다는 점을 앞세워 삼성과 기술 격차가 여전하다고 지적한다. 과거보다 기술 측면에서 TSMC의 자신감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을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더구나 삼성이 파운드리 분야에서 글로벌 1등 목표를 세우고 막대한 투자에 나서면서 TSMC도 긴장을 늦추긴 더 힘들어졌다. 양사 모두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파운드리 신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삼성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약 22조 원)를 투입하고 TSMC는 애리조나에 120억 달러(약 16조 원) 규모의 신공장 건설에 나선다. 투자에 있어서도 1등과 2등의 차이는 크지 않은 셈이다.향후 투자에도 수백 조원 규모가 계획돼있어 막상막하다. 삼성은 향후 3년 동안 205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이고 TSMC도 앞으로 3년 간 1000억 달러 투자를 예고했다. 반도체 경기에 따라 해마다 투자 규모는 소폭 줄어들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산 확대를 염두에 두고 대규모 투자를 이어간다는 방침에도 양사가 의견을 같이 하는 모습이다.기술 경쟁도 이어진다. 삼성과 TSMC 모두 2나노 양산 시점을 2025년으로 잡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3나노에선 삼성에 간발의 차이로 '최초' 타이틀을 뺏긴 TSMC가 2나노에선 예정보다 양산 시점을 앞당길 가능성이 점쳐진다. 3나노 양산에서 자신감을 얻은 삼성도 이에 뒤지지 않기 위해 2나노 양산과 수율 개선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