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화 열풍 속 건설사들 '커튼월룩' 등 특화외관 도입금리인상 등 여파로 시장 트랜드 고급화→가성비 변화
  • ▲ 서울 아파트단지 전경.ⓒ연합뉴스
    ▲ 서울 아파트단지 전경.ⓒ연합뉴스
    부동산시장 한파로 청약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건설사들의 미분양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금리인상에 따른 대출이자 부담 등으로 분양 및 정비사업내 고급화 열풍이 한풀 꺾이면서 건설사들이 앞다퉈 도입중인 특화설계 아파트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택시장에 고급화 바람이 불면서 다양한 특화설계가 적용된 아파트가 분양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특화설계는 초창기 내부 평면구조나 디자인에 주로 적용되다가 최근에는 아파트 외관이나 조경 등에도 적용되는 추세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외관 특화디자인의 하나가 커튼월룩(curtainwall look)이다. 커튼월룩은 벽식구조로 건립되는 일반 아파트에서 외벽면에 있는 창호 사이 콘크리트 벽을 페인트가 아닌 유리로 마감하는 것이다.

    유리로 된 패널을 커튼처럼 둘러 외벽을 만드는 커튼월과는 다른 건축 방식이다. 커튼월과 달리 냉·난방비가 많이 들거나 환기가 잘 되지 않는 등의 단점이 없고, 외관은 화려하게 꾸밀 수 있어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커튼월룩이 적용된 아파트 중 가장 대표적인 게 DL이앤씨가 시공한 '아크로리버파크'다. 이 단지는 2016년 8월 입주를 시작해 2019년 9월 중소형 면적이 3.3㎡당 1억원을 돌파하며 '평당 1억원 시대'를 여는 등 강남 내 대장주 아파트로 꼽힌다.

    아파트 외관 디자인과 색채에도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현대건설은 2021년부터 '힐스테이트' 단지에 색채 디자인인 ‘GEN Z Style’을 적용 중이다. 이 디자인은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마시모 카이아초(Massimo Caiazzo), 스페이스 디렉팅 전문회사 비에이 컴퍼니와의 협업으로 제작됐으며 단지 문주, 지하주차장 등 외관에 고유의 색상과 패턴을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한화건설은 2020년 '포레나 익스테리어 디자인'을 개발해 새로 분양하는 단지에 적용하고 있다. 

    디자인은 건물 외부 색채 디자인 '포레나 시그니처 스킨'과 게이트(출입구) 디자인 '포레나 페이스', 저층부 및 동 출입구 디자인 등으로 구성된다. 아파트 외벽과 문주 등에 고유의 색상과 디자인을 입혀 브랜드 차별화를 꾀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직사각형 형태의 소위 '성냥갑 아파트'에서 탈피한 단지도 있다. SK에코플랜트가 시공한 '수원 SK스카이뷰'는 큰 나무를 모티브로 일직선 형태를 벗어나 아파트 아랫부분이 윗부분보다 넓은 형태를 띠고 있다.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나선형 형태의 아파트도 도입될 예정이다. DL이앤씨는 지난해 층마다 일정 각도로 회전하며 건물을 쌓아 올리는 방식의 나선형 형상을 갖추는 '주거용 트위스트 설계기술'을 개발해 특허 출원했다.

    이 구조는 설계와 시공에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데다 복잡한 평면 구성, 원가상승 등으로 인해 국내 주거용 건물에서는 시공된 사례가 없다.

    이 같은 외관 특화 아파트는 분양시장의 고급화 바람을 타고 높은 인기를 누려왔다. 하지만 금리인상과 경기불황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현 시점에서는 오히려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외관 디자인이나 조경 등 특화설계가 반영된 아파트는 상징성과 추후 가격상승 측면에서 분명 유리한 부분이 있지만 결국에는 모두 돈"이라며 "요즘 대세인 커튼월룩만 해도 조합원 분담금이 2000만~3000만원 늘어나고, 분양가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업계 일부에서는 금리인상에 따른 대출 부담 상승 등의 여파로 분양 및 정비사업 시장에서 고급화보다는 가성비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며 "청약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미분양 부담이 커져 건설사 입장에서도 추가 비용이 드는 특화설계 적용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