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중과유예·종부세 완화 기대 반영집값하락세도 영향…생애최초 매수는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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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시장 한파 속에서도 다주택자 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와 종합부동산세 중과세 폐지 예고 등으로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늘었고, 지속적인 집값 하락에 손해를 보고 집을 팔 수 없다는 심리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시장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다주택자 세금 감면 정책이 시장 내 양극화를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집을 두 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법원 등기정보광장 통계결과 집합건물 다소유지수는 지난달 기준 16.20으로 전달(16.17)보다 0.03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8월 16.21 이후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집합건물 다소유지수는 아파트 및 다세대·연립주택,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을 소유한 사람 중 2채 이상 소유한 사람의 비율이다.이 수치는 통계를 시작한 2010년 이후 꾸준히 늘다 문재인 정부 당시 다주택자를 타깃으로 한 규제 정책이 쏟아지면서 2020년 7월부터 감소세로 전환했다. 이후 올해 1월부터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다주택자들이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로는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꼽힌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5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1년간 한시적으로 유예했고, 아직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하지만 종부세 중과를 폐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집을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도 다주택자 비율을 높이는 원인이다.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04건으로 2006년 조사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고, 8월도 신고 건수가 506건에 그쳤다.서울 아파트값은 16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 하락폭은 -0.16%로 2012년 12월 10일(-0.17%) 조사 이후 9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세다.다주택자 박모 씨는 "서울이든 지방이든 거래가 끊겨 시세보다 가격이 1억원 이상 떨어진 '급매'만 겨우 팔리고 있어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세금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굳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집을 내놓고 싶지는 않아 정부 정책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서울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의 중과 폐지 발표 이후 종부세 부담을 우려해 내놓았던 매물을 회수하는 집주인들이 요 며칠새 늘고 있다"며 "일단 세 부담이 줄어들면 향후 추가적인 규제 완화와 집값 반등을 노리면서 버티기에 들어가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이처럼 다주택자의 버티기가 이어지면서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국 부동산 생애 첫 매수자는 26만7066명으로 전년 대비(42만8789명) 37.7% 감소했다. 이는 2010년 관련 통계가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특히 서울은 매수자 수가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해 1~7월 서울 지역의 생애 첫 부동산 매수자는 2만 9328명으로 전년 대비(5만5897명) 47.5% 줄었다.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올 연말까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있어 부동산 시장의 위축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며 "특히 상대적으로 대출에 의존해야 하는 2030세대들의 생애 첫 부동산 매수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