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면 연내 규제 손질…구조안정성 비중 30~40%로 완화목동 단지 등 적정성 검토 탈락…재초환 비해 야당 우호적
  • ▲ 서울 아파트단지 전경.ⓒ연합뉴스
    ▲ 서울 아파트단지 전경.ⓒ연합뉴스
    정부가 재건축 사업의 발목을 잡아 온 분양가상한제에 이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손질에 나서면서 안전진단 완화 여부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재건축의 '마지막 대못'으로 불리는 안전진단 기준이 빠르면 연내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을 통해 안전진단 제도 개선 관련 긴급 용역을 발주하고 오는 12월까지 그 결과를 반영해 최종 방안을 수립할 방침이다. 

    안전진단은 주택의 노후·불량 정도에 따라 구조의 안전성 여부, 보수비용 및 주변여건 등을 조사해 재건축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다.

    현행 안전진단절차는 크게 현지조사로 불리는 예비안전진단과 정밀안전진단으로 나뉜다. 예비안전진단은 지방자치단체가 현장을 방문해 육안으로 단지의 노후도를 파악하는 단계로, 이 과정을 통과해야 정밀안전진단에 들어갈 수 있다.

    정밀안전진단은 A~E등급으로 구분된다. E등급을 받으면 재건축이 확정되고, D등급(조건부 재건축)인 경우 적정성 검토로 불리는 2차 안전진단을 통해 D등급 또는 E등급이 나와야 재건축 시행이 가능하다.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더라도 1~2차 안전진단 중 한 단계라도 통과하지 못하면 다시 예비안전진단부터 받아야 한다. 안전진단 단계를 통과해야 정비구역 지정, 조합설립추진위워회, 조합설립인가 등 이후 단계를 진행할 수 있다.

    그동안 안전진단은 분양가상한제, 재초환과 함께 '3대 재건축 대못'으로 불렸다. 특히 서울 양천구 목동과 영등포구 여의도동, 노원구 상계동 등에 위치한 노후 아파트 단지 중 상당수가 정밀안전진단 단계에서 발목이 잡혀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이후 40년 이상 된 아파트 중 안전진단으로 인해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은 단지는 총 8건이었다. 30년 이상 40년 미만 아파트도 17곳에 달했다.

    이 중 수도권의 경우 전체 25건 중에 총 16건이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들 중 40년이 지난 노후 아파트 재건축 조합들은 국토부의 가혹한 안전진단 기준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정비사업 촉진을 통한 서울 내 주택공급 확대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정부는 뒤늦게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에 나섰다.

    정부는 정밀안전진단의 평가항목 중 하나인 '구조 안전성' 비중을 현행 50%에서 30~40%로 낮추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2003년 당시 노무현 정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제정하면서 구조안정성 비중을 50%로 규정했고 이후 이명박 정부는 40%, 박근혜 정부는 20%로 낮췄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다시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명목아래 정비사업 규제를 강화하면서 해당 비중을 다시 50%로 높였다. 

    정부는 또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을 경우 시행하는 정부기관의 적정성 검토는 의무가 아니라 지자체에서 요청할 경우에만 시행하는 것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구조안전성 평가는 건물의 기울기와 내구성, 기초침하 여부를 확인해 점수를 매긴다. 건물에 심각한 결함이 없는 이상 낮은 점수를 얻기 힘들어 많은 단지들이 고배를 마셨다.

    정비업계에서는 안전진단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서울 목동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강남권의 경우 재초환 부담이 사업 진행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면, 그 외 지역의 노후 단지들에선 안전진단이 '재건축 저승사자'로 불릴 만큼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됐다"며 "현재 기준에서는 거의 붕괴 직전이 아니면 재건축이 어려운 만큼 구조안정성 기준을 낮추면 사업 추진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초환에 비해 국회 통과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것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부동산 세제와 재초환 완화에 대해서는 '부자를 위한 법'이라며 반대하고 있지만, 안전진단 완화의 경우 일정 부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여당에서는 2020년 12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안전진단 규제완화 내용이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야당에서도 지난 8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안전진단 기준을 국토부가 아닌 지자체장이 정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하며 규제 완화 행렬에 동참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 2차 정밀안전진단은 시행기관도 한정적이고 기준이 까다로워 재건축을 억제하는 요소로 작용해 왔다"며 "80~90년대에 준공된 노후 아파트가 적지 않은 현 시점에서 주택공급 확대와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 측면에서 안전진단 기준 완화는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