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찬 겸해 오후 늦게까지 이어져ARM 지분 매각 등 구체적 논의 없어장기적 포괄적 협력 방안 의견 나눠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만나 ARM과 관련 포괄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은 전날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 르네 하스 ARM 최고경영자(CEO) 등이 동석한 가운데 면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만남은 이 부회장이 지난달 21일 해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자리에서 직접 언급하며 이목이 집중됐다. 소프트뱅크 자회사인 ARM 인수 가능성에 기대가 모아졌기 때문이다. 손 회장도 방한에 앞서 "이번 방문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삼성과 ARM 간 전략적 협력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회동은 만찬을 겸해 오후 늦게까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ARM 지분 매각 등의 내용은 논의되지 않았지만 장기적 포괄적 협력에 대한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에 본사를 둔 ARM은 소프트뱅크가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으며 컴퓨터의 CPU와 스마트폰 두뇌로 불리는 AP칩 설계 핵심 기술을 보유한 반도체 업계에서 독보적인 IP 판매 업체다. ARM이 AP 설계 기술에 대한 지식재산권(IP) 라이선스를 차별 없이 전 세계 기업에 공급하면서 현재 모바일 기기의 95%가 이 회사 기술을 채택하고 있다.

    손 회장은 2020년 ARM을 매물로 내놓으며 M&A(인수합병) 시장의 최대어로 떠올랐다.

    인수 규모만 반도체업계 최대 규모인 660억 달러(약 79조원)에 달한다. 이에 올해 초 엔비디아는 ARM을 인수에 적극 나섰지만 반독점 규제에 막혀 최종적으로 결렬된 바 있다. 이후 소프트뱅크는 ARM 매각 대신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해왔으나 상황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규제 당국 승인이나 인수 자금 등을 고려할 때 삼성이 단독으로 ARM을 인수할 가능성은 낮게 전망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인수 무산 사례처럼 독과점을 우려하는 각국 규제당국의 벽을 넘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ARM 상장시 프리 IPO 과정에서 일부 지분 인수 및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