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입찰참가의향서 접수 마감노조, 매각 당사자 참여 요구…실사 저지 등 투쟁 예고한화 측 “현재로서 입장 밝히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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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 기자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으로 한화그룹이 유력한 가운데 대우조선 노동조합의 반발이 본격화하고 있다.

    대우조선 노조는 매각 논의에서 노조를 참여시키지 않으면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이미 실사 저지단을 구성해 매각 관련 대응에 나선만큼 KDB산업은행과 한화그룹이 어떻게 노조 참여 여부를 결정할 지 주목된다.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날 오후 3시까지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경쟁입찰참가의향서(LOI)를 접수받는다. 현재까지 한화그룹 이외에는 인수 의사를 밝힌 기업이 없어 사실상 한화그룹이 단독으로 다음 인수 절차에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 인수 과정에 당사자로서 참여 보장을 요구하는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노조)은 투쟁 수위를 높일 예정이다. 

    노조는 한화로의 매각에 대해 반대 입장은 아니나 주요 이해 당사자인 노조가 참여한 가운데 충분한 협의를 거쳐 매각을 진행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화 측이 고용 보장, 노조와 단체협약 승계, 회사 발전, 지역 발전 등 4대 요구 안도 제시했다.

    정상헌 대우조선지회장은 “노조는 이번 한화로의 매각을 반대하지 않는다. 더 반대할만한 국민적 명분도 없다”면서도 “다만 인수 기업인 한화가 우리 4대 요구 사항에 대한 어떠한 입장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는 매각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 한화를 교섭 테이블로 이끌어내고 4대 요구안을 관철시키기 위한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며 “첫 과정은 실사 저지가 될 것이고 이후 많은 방법을 동원한 투쟁을 하겠다”라고 밝혔다.

    대우조선 노조가 매각 과정에서 당사자 참여를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노조는 앞서 2008년 한화의 첫 인수 시도 때도 산은과 한화에 노조 참여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노조는 고용·임단협 승계 등을 촉구하며 실사작업 저지에 나섰고, 한화는 노조 반대와 금융위기 등으로 끝내 인수를 포기했다. 

    이번 인수도 14년 전과 마찬가지로 노조가 협상자로서 매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산은과 한화가 대우조선 매각 논의에 실제 노조를 참여시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M&A 과정에서 노조가 참여한 사례가 거의 없는데다 양측이 매각 진행 과정에서 나오는 여러 기밀사항이 지켜지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한화가 인수대상자로 결정되면 향후 매각에 있어 노조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노조와의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화 측은 아직 공식적인 인수 대상자로 낙점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추후 노조와의 협상 가능성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현재 단계에서는 입장을 밝힐 만한 지위가 아니기 때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라며 “실사를 거친 이후 어떤 변화가 있어야 공식적인 입장 발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산은은 경쟁입찰 접수 마감 후 최대 6주간의 상세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연내 최종 인수자로 선정되면 내년 상반기 안으로 국내외 인허가 승인을 거쳐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은 종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