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IMO 규제 대폭 강화HMM, 스크러버 설치·대한해운 등은 저유황유로 대비화석연료 대체 연료 개발은 ‘깜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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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부터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배출 규제가 더욱 엄격히 시행되면서 국내 해운사들의 탄소 감축이 시급해졌다.다만 환경 규제 강화 속도에 비해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할 만한 대안이 마땅히 없어 탄소중립을 위한 해운사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2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IMO 규정에 따라 선박탄소집약도지수(CII)를 제출해야 한다.
각 선박을 탄소배출 효율 기준(AER)에 따라 A~E 등급으로 나누는데, D등급은 3년 이내, E등급의 경우 1년 내로 C등급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기한에 맞춰 등급을 개선하지 않을 경우 해당 선박 운용이 불가하다.효율 기준은 갈수록 엄격해져 내년부터 오는 2030년까지 매년 2%씩 오른다. 내년에 B등급을 받은 선박이라도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2029년에는 D등급을 받을 수 있다.한국신용평가가 해양수산부 발표자료를 바탕으로 국내 해운사별 보유선단의 CII 분포를 추정한 결과 HMM은 A등급 38%, B등급 19%, C등급 19%, D등급 13%, E등급 11%일 것으로 나타났다.팬오션은 A등급 20%, B등급 21%, C등급 27%, D등급 18%, E등급 14%로 예상됐으며 대한해운은 A등급 25%, B등급 22%, C등급 24%, D등급 16%, E등급 13%일 것으로 추정됐다.강화되는 IMO 규제 따라 모든 해운사는 2050년까지 2008년 대비 탄소 배출을 70% 줄여야 한다. 또 그간 신조선에만 적용되던 탄소 배출규제가 현존선까지 전면 확대되면서 규제 대상은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HMM, 팬오션 등 대형 해운사는 수년전부터 스크러버(탈황장치) 설치를 확대하며 규제를 대응하고 있다.HMM은 지난 2018년부터 선제적으로 스크러버 설치를 늘려 현재 스크러버 설치율은 83%에 달한다. 이는 전 세계 평균(31.7%)보다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스크러버 설치 비용은 선박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대당 60억~70억원으로 알려졌다. 초기 투자 비용은 높지만 스크러버를 갖춘 선박은 가격이 저렴한 고유황유를 사용할 수 있다.대한해운, SM상선 등 중소 해운사들은 저유황유 사용과 출력 제한장치 등을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저유황유는 스크러버가 필요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중유 중에서도 황 함유량이 적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대한해운은 운영 중인 40척의 선박 가운데 10척에 스크러버를 설치했으며 SM상선은 스크러버 설치보다 저유황유 사용을 통해 IMO 규제에 대응하기로 방향을 잡았다.저마다의 방안으로 탄소 배출 감축에 나섰지만 업계에서는 IMO의 감축 목표가 도전적인 수준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IMO의 규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2030년 이후부터는 탄소 배출이 0%인 무탄소 선박을 사용해야 가능할 것이란 게 업계 시각이다.중간 연료 보충 없이 한번에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데, 인프라와 효용성 측면에서 현재의 화석연료를 완벽히 대체할 연료가 아직 없는 것도 문제다.2050년까지 중간 단계로 거론되는 액화천연가스(LNG)도 화석연료인 만큼 탄소배출량이 적지 않은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요인에 따라 가격이 널뛰는 경향이 크다.최근 탄소 배출이 없는 수소와 암모니아 등이 궁극적인 친환경 연료로 떠올랐다. 그러나 액화수소는 영하 253도의 극초저온상태에서 기화돼 누출 시 화재 폭발 위험성이 존재하는 만큼 항만에 보관·충전 시설을 갖추는데 기술적, 제도적 난제가 크다. 암모니아는 기화점이 영하 33도로 상대적으로 높아 폭발 가능성은 적지만 냄새와 독성이 있어 역시 뛰어넘어야 할 장애물이 남아 있다.여기에 물류를 이용하는 기업들의 탄소 감축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아마존, 이케아, 유니레버, 미쉐린 등은 국제무역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2040년까지 탄소 배출이 ‘0’인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만 이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해운업계 관계자는 “앞으로의 환경규제를 충족하려면 탄소배출이 거의 없는 선박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가야하는데, 관련 기술은 아직 개발 중인 단계라 해운사 입장에선 선뜻 투자를 단행하기 어려워 당분간은 지켜보는 분위기”라며 “친환경 연료 인프라 구축과 인센티브 확대와 같은 정부 차원의 지원 방안과 조선업, 정유업계와의 관련 합의도 동반돼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게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