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임원 4명 사임..직원 40명 희망퇴직영업채널 축소..임직원 법카 사용 제한매출·이익 감소 따른 고강도 비용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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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처브라이프
    처브라이프생명이 올해 들어 고강도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경영상황 악화에 따른 비용절감 차원이라는 설명인데, 일각에선 국내 경영 주도권을 두고 최근 같은 계열사로 편입된 라이나생명과의 '파워게임'에서 결국 패배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처브라이프는 지난 5일 김기천 프로젝트 담당 전무와 전대진 운영 담당 상무가 9월 30일자로 사임했다고 공시했다. 사임사유는 의원면직이며 향후 임원 선임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올 상반기에도 법무 자문위원(General Counsel)인 노윤상 상무와 정정현 선임 계리사(상무)가 각각 3월 말과 4월 말 사임했다. 

    작년 말 기준 처브라이프의 상근 등기임원은 알버트김 대표이사와 최도영 최고재무관리자(CFO) 등 2명, 상근 비등기임원은 위 4명 포함 총 9명이었다. 올해만 상근 등기·비등기임원 11명 가운데 4명이 퇴사한 것이다.

    처브라이프는 지난 7월 2020년 이후 2년 반 만에 희망퇴직 신청도 받았다. 업계에 따르면 40명이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직원 141명(6월말 기준) 중 약 30%가 회사를 떠난 셈이다. 

    사측은 회망퇴직 시 근속연수에 따라 최대 36개월치 위로금을 약속했다. 처브라이프의 회사 규모나 사정을 고려하면 꽤나 파격적인 조건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이러한 임직원 감축의 연장선으로 보험대리점(GA)을 제외한 대면·TM·디지털 영업채널의 운영을 중단했고, 사무실 축소 및 법인카드 사용 중단 등 비용 줄이기에 돌입했다.  

    처브라이프가 이처럼 고강도 인력 감축 및 비용절감에 나선 주된 이유는 '경영 상황 악화'다. 지난해 영업수익(매출) 2483억원으로 전년(2714억원) 대비 8.5%(231억원) 줄었고, 당기순이익도 2020년 63억원에서 지난해 19억원으로 약 70%(44억원) 급감했다.

    여기에 금리 상승에 따른 매도가능금융자산의 평가손실 규모 확대도 압박이다. 처브라이프는 올해 상반기의 경우 당기순이익 5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11억원)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매도가능금융자산평가손익이 작년 상반기 -346억원에서 올 상반기 -879억원으로 1년 만에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처브라이프가 처한 현실은 최근 같은 처브 그룹으로 편입된 라이나생명의 상황과 비교된다. 라이나생명은 미국 시그나 그룹 산하에 있다가, 처브 그룹이 작년 10월 시그나 그룹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사업 전체를 인수하면서 처브 그룹에 공식 편입됐다.

    라이나생명은 국내 보험업계에서 대표적인 '알짜회사'로 통한다. 자산 규모는 작년 말 기준 전체 생명보험사 23개 중 20위권에 불과하지만 당기순이익은 2330억원으로 무려 5위에 올랐다. 최근엔 TM 설계사 3500명을 자회사 GA로 이동시키며 업계 트렌드인 '제판분리(상품 개발과 판매 분리)' 행렬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한편, 처브 그룹의 라이나생명 인수가 발표된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만 해도 업계 내에선 처브라이프와 라이나생명의 합병 가능성과 국내 영업 주도권 등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라이나생명이 실적이나 성장성 면에서 처브라이프에 앞서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피인수 회사라는 점에서 기존 처브라이프가 모기업인 처브 그룹을 등에 업고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결과적으로 두 회사의 합병은 당분간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처브라이프가 조직 축소에 나서면서 두 회사 간 주도권 싸움은 결국 라이나생명의 승리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 라이나생명이 처브 그룹에 인수된 이후 두 회사 임직원 간 물밑 신경전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내 평판이나 실적 등을 고려하면 라이나생명을 중심으로 국내 사업을 재편하는 것이 처브 그룹 입장에선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