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새 기법엉뚱한 돈 입금후 신고… 모든 계좌 정지합의 아니면 3개월 기다려야악용사례 빈발…
  • ▲ 경찰이 압수한 보이스피싱 일당이 사용한 대포 카드와 통장ⓒ뉴시스
    ▲ 경찰이 압수한 보이스피싱 일당이 사용한 대포 카드와 통장ⓒ뉴시스
    보이스피싱보다 진화한 ‘통장 협박’ 사기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통장 비밀번호나 인증번호를 유출하지 않더라도 모르는 돈이 피해자 계좌로 입금돼 졸지에 피해자가 범죄자로 둔갑하는 방식인데 누구나 이 범죄에 노출될 수 있어 각별한 경계감과 주의가 필요하다.

    2일 금융권과 금융당국,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통장협박 사건이 성행하면서 관계당국이 단속을 강화하는 등 예의주시하며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 

    실제로 경찰은 최근 통장협박을 전문적으로 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원 수십명을 검거하기도 했다. 

    통장협박은 보이스피싱 일당이 특정 계좌로 돈을 보내고 '계좌정지'를 당하도록 한 이후 계좌 명의인에게 계좌정지를 풀도록 합의해주는 조건으로 금전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일단 범행 타깃이 된 특정 계좌에 돈을 입금한 이후 경찰에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라고 허위 신고를 하거나 시중은행을 찾아 계좌 지급정지를 신청한다. 

    돈을 송금받는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채 자신의 이름으로 된 모든 계좌의 전자금융거래가 막히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돈을 받고 이같은 계좌정지 협박 대행업무를 하기도 한다. 

    이는 보이스피싱 피해구제제도를 이용하면 피해금이 입금된 계좌가 곧바로 지급정지되는 점을 악용한 사기 수법이다. 보이스피싱 피해구제관련 제도는 금융사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별도의 소송 절차 없이 신속하게 피해금을 환급받을 수 있도록 피해자를 우선시하는 제도다.  

    통장협박은 과거(2017년~2018년) 불법 도박 사이트를 대상으로 유행하던 수법인데 최근 들어서는 영업상 계좌가 공개된 자영업자나 누군가의 원한을 산 일반인까지 노리고 있다.

    문제는 통장협박 예방법이 계좌번호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 외에 특별히 예방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자신의 계좌번호로 특정 조건의 입금만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본인의 계좌번호 노출을 막는 것만이 유일한 예방법”이라고 말했다. 

    만약 통장협박을 당해 계좌가 정지된 경우 해제할 수 있는 방법은 4가지다. 

    △이의제기(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7조) △금융감독원 또는 수사기관이 해당 계좌가 사기이용계좌가 아니라고 인정하는 경우(법 제8조 제1항 제3호) △피해자와 명의인간 합의(법 시행령 제8조 제1항 제1호) △유선 지급정지 후 3영업일+14일 이내에 피해구제 신청서가 접수되지 않을 경우(법 시행령 제3조 제3항)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급정지 해제 방안 중 수사기관의 수사는 장기간 소요돼 계좌정지가 풀릴 때까지는 상당 기간이 걸린다”며 “은행 역시 수사기관이 아니라 통장협박을 판별하기 어려워 이의제기 승인도 어렵기 때문에 이런 경우 입금인과의 합의를 권유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가를 노리고 입금을 한 사례라면 입금인과 합의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다만 지급정지를 신청한 입금인이 피해구제 신청서류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 지급정지일+3영업일+14일의 다음 영업일에 지급정지가 자동 해제된다. 

    은행 관계자는 "대가를 노리고 입금을 한 보이스 피싱범의 경우 피해구제 신청서류 제출이 어렵기 때문에 계좌정지 해제까지는 통상 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