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가-유업체, 낙농진흥회 이사회서 합의… 원유기본가 L당 49원 인상원유에 물류비 등 생산 압박↑… 업계 가격 인상 검토내년부터 L당 음용유 996원·가공유 800원으로 차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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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농가와 유업계의 원유(原乳) 가격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이번 원유 가격 인상으로 유제품 가격이 오를 전망이다. 특히 우유뿐 아니라 빵·아이스크림 등의 가격도 줄줄이 상승하는 밀크플레이션(밀크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을 촉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낙농가와 유업체들은 전날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열어 원유 기본 가격을 L당 49원 올리기로 합의했다. 이번 원유 가격 인상 폭은 2013년(106원) 원유가격 연동제 시행 이래 가장 크다.

    당초 원유 가격 협상 시한인 8월1일 이후 3개월간 가격 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감안해 올해의 경우 10월16일부터 연말까지는 L당 3원을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원유 기본 가격은 L당 947원에서 999원으로 조정된다.

    원유 가격 조정은 통상 8월 이뤄지지만 올해는 낙농제도 개편이 맞물리면서 낙농가와 유업계의 협상이 길어졌다. 낙농진흥회는 지난 9월16일에야 첫 이사회를 열었고 그뒤 약 50일간 원유 가격 조정안과 낙농제도 개편의 세부 실행 방안을 논의해 왔다.

    이에 따라 우유업체들은 10월16일부터 연말까지 구매한 원유 대금은 인상된 가격으로 낙농가에 지급하게 된다. 3일 이전 구매분은 소급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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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유 가격 인상이 확정되면서 유업계의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 이들은 원유를 구입해야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기존보다 커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물류비 인상 등으로 생산비 압박 요인이 커지고 있다.

    원유 가격 인상에 앞서 유업체들이 가격 인상 단행하기도 했다. 남양유업은 이달부터 발효유·치즈 등의 일부 유제품 가격을 10% 이상 인상했다. 대리점 출고가격 기준으로 불가리스 등 발효유는 평균 10%, 치즈는 평균 15% 뛰었다. 서울우유는 치즈 40여종 가격을 약 20% 인상했고 매일유업은 발효유 제품 가격을 15~25% 올렸다.

    유업계는 내부적으로 유제품 가격 인상 폭과 시기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원유 가격이 ℓ당 21원 오르자 흰우유 소비자 가격은 ℓ당 150~200원 올랐던 걸 고려하면 올해는 ℓ당 300~500원가량 상승할 전망이다. 현재 ℓ당 2700원대인 흰우유 가격은 3000원을 넘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우유 뿐 아니라 빵, 아이스크림 등 유가공품 가격도 전방위적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우유를 많이 사용하는 제과, 제빵업계는 "당장 인상 계획은 없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일정 기간 정해진 단가로 계약을 맺지만 재계약 시 단가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봤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부터는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분류해 가격을 달리 적용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한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원유 가격이 음용유와 가공유로 나뉘어 다르게 적용된다.

    음용유의 경우 L당 996원으로 49원 오른 수준이 된다. 이는 이사회에서 결정한 기본가격 인상분이 반영된 것이다. 올해 새로 적용되는 가격과 비교하면 오히려 L당 3원 적다. 가공유의 경우 L당 800원으로 음용유에 비해 더 낮은 가격이 적용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에는 농가의 생산비와 시장상황을 함께 반영해 음용유용 원유가격을 결정하도록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