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점유율 삼성 넘기' 목표내년 타워 세미컨덕터 인수… 18A 기술에 'High NA EUV' 적극 도입든든한 미국 정부 지원 바탕 파운드리사업 성장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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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텔파운드리서비스
    지난해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이 2030년까지 2위로 올라서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정부가 파운드리를 비롯한 반도체 자국 생산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만큼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해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여겨지는 1위 TSMC는 몰라도 점유율 16%인 2위 삼성은 넘어설 수 있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보인다.

    7일 관련업계와 니케이아시아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이 오는 2030년까지 세계 2위 파운드리 회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재추진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인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ntel Foundry Services) 사장인 랜디르 타쿠르(Randhir Thakur)는 최근 니케이아시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 목표는 오는 2030년까지 세계 2위 파운드리 회사가 되는 것이며 파운드리 사업에서 이익을 창출하는 선도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앞서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하면서도 수년 내 선두주자들을 앞지를 것이라고 밝혀왔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 54%로 압도적인 위치에 있는 대만 TSMC를 비롯해 점유율 16%로 빠르게 TSMC를 추격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인텔이 넘어야 할 대상으로 꼽았다.

    인텔은 이번에 이 같은 계획을 보다 구체화해 적어도 8년 내에는 2위 삼성의 점유율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시장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TSMC는 단기간 내에 따라잡기 어려운 상대로 보는 반면 10%대 점유율로 1위와 격차가 큰 2위인 삼성은 인텔이 충분히 상대가 가능하다고 보는 모습이다.

    TSMC와 삼성 이외에 점유율 한자릿수 파운드리 사업자들과의 경쟁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여기는 분위기다. 삼성에 이어 점유율 6.9%인 UMC나 점유율 5.9%인 글로벌파운드리 같은 곳은 애초에 인텔이 경쟁상대로 두지 않고 2위 삼성을 따라잡겠다는 것이다.

    올 초부터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이스라엘 파운드리 회사 '타워 세미컨덕터(Tower Semiconductor)'와 더불어 인텔의 첨단공정인 '18A' 기술로 선두주자들을 빠르게 추격하겠다는게 인텔의 생각이다. 이 18A 공정에 최첨단 극자외선(EUV) 공법인 'High-NA'를 도입해 삼성이나 TSMC에 대적할 수 있는 기술적 경쟁력도 갖춘다는 셈법이다.

    최근 미국 정부가 자국 내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과 세제혜택을 반도체 기업에 쏟아내고 있는 점을 인텔이 적극 활용해 성장의 큰 동력으로 삼을 것이란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결국 미국이 자국 기업인 인텔이 파운드리 분야에 다시 뿌리를 내릴 수 있게 든든하게 지원해줄 것이고 이를 감안해 인텔도 다시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든 것이란 해석도 나올 정도다.

    TSMC와 삼성이 미국의 반도체 생산 유치 전략에 발 맞춰 현지 생산공장 신설에 나서는 것처럼 인텔도 파운드리 공장을 확충하는데 무엇보다 집중하고 있다. 이미 오하이오 주에 2개의 파운드리 공장을 완공한데 이어 미국 내에서 추가적으로 공장 신설을 계획하고 있고 동시에 해외에선 아일랜드와 독일 등에도 새로운 팹(Fab) 건설에 나섰다. 여기에 필요한 자금을 수혈하기 위해 인텔은 브룩필드 자산운용이라는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다.

    이렇게 인텔이 사실상 파운드리 2위인 삼성 자리를 직접적으로 노리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삼성은 1위인 TSMC를 추격하는 동시에 후발주자인 인텔을 방어해야 하는 이중고를 피하기 어려워졌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 재진출을 선언했을 때만해도 진입장벽이 높은 파운드리 시장에 쉽게 자리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는데 미국이 반도체 산업에 전략적으로 뛰어들면서 인텔이 어떤 식으로 수혜를 받아 성장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워졌다"며 "중장기적으론 무시할 수 없는 경쟁자로 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삼성이 인텔 못지 않게 파운드리 사업에 열의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대적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다수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하면서 삼성 파운드리에 더 힘이 실리고 성과를 내는데도 더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운드리 시장을 두고 1위 TSMC와 삼성이 격한 경쟁을 시작한 가운데 인텔까지 무서운 기세로 뛰어들면서 내년 이후 업계 판도가 어떤 식으로 변할지에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