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이팔성)알아서 판단할 것"…사퇴 종용2022년 "(손태승)현명한 판단 내릴 것"… 소송 제동 내주 이사회가 분수령… 손태승 결정 주목
  • ▲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감원장ⓒ뉴데일리
    ▲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감원장ⓒ뉴데일리
    "(이팔성 회장이) 알아서 잘 판단할 것"

    "(손태승 회장이) 현명한 판단 내릴 것"

    우리금융그룹에 관치금융의 그림자가 더욱 짙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수장이 CEO 인사를 앞두고 경고성 멘트를 던지는 모습이 10년전과 똑 닮았다.

    지난 2013년 당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거취와 관련해 "알아서 잘 판단하실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퇴진압박을 가했다.

    "알아서 나가주세요"로 읽힌 이 발언 이후 이 전 회장은 채 한달이 되지 않아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0일 라임사태와 관련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게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사실상 "소송하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손 회장은 연임에 나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행정소송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례적인 이 원장의 강경발언에 우리금융과 손 회장은 '숙고에 들어갔다.

    항명으로 받아들여질 '소송'도, 사퇴를 전제로 한 '중징계'도 어느하나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상 '사퇴 종용'으로 읽히는 두 메시지는 10년 전 그대로지만 우리금융 경영상황은 그때랑 판이하다. 

    이팔성 전 회장 당시 우리금융의 대주주는 예금보험공사로 사실상 정부소유였으나 현재는 민영화된 상태로 이사회 역시 민간의 과점주주로 구성돼 있다. 

    예보의 지분은 1.3% 정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금융 내부는 뒤숭숭하다.

    애초 DLF사태 처럼 중징계 처분의 적법성을 따져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지만 고심의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사회 역시 신중한 모습이다.

    손 회장이 행정소송을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은 법규에 따라 내년 2월 9일.

    하지만 내주 이사회가 잡혀있는 점을 감안하면 결정할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아 보인다.

    손태승 회장의 선택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