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영업손실‧순손실… 디스플레이 업황도 위축매각가 1000억원 예상됐지만 시총 700억원대 불과“터치스크린 패널, 베트남 공장 수익성 개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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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그룹이 일진디스플레이 매각을 중단하면서 그 배경에 시선이 쏠린다. 시장에서는 허진규 회장의 적극적 의지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매수자를 찾지 못해 거래를 포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17일 업계에 따르면 일진그룹은 일진디스플레이 지분매각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15일 일진디스플레이는 공시를 통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전략적 검토를 진행하여 왔으나 대주주 지분매각 검토는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일진그룹은 지난 8월 JP모건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 사모펀드와 중견기업 등 기업들에게 매수 의향을 타진해왔다. 매각 대상은 허진규 회장과 특수관계인, 계열사가 보유 중인 일진디스플레이 지분 43.19%로, 매각가는 1000억원 안팎으로 예상돼왔다.일진디스플레이는 터치스크린 패널 제조를 주력으로 하는 일진그룹의 계열사다. 장남과 차남으로 일찌감치 승계가 끝난 일진그룹 계열사 가운데 허 회장이 유일하게 대주주로 남아있는 곳이다. 올해 3분기 보고서 기준 허 회장이 지분 24.63%를 보유하고 있다.시장에서는 인수 후보 물색에도 불구 마땅한 매수자를 찾지 못해 매각을 중단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전날 종가 기준 일진디스플레이의 시가총액은 약 724억원에 불과하다. 업계가 애당초 예상했던 매각가보다도 300억원이나 줄어든 수준이다.최근 몇 년 간 적자와 순손실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디스플레이 업황 침제가 지속되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2019년 295억원이었던 일진디스플레이의 연결기준 영업손실액은 2020년 285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335억원으로 다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순손실은 293억원에서 349억원, 419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보면 영업이익 6억원, 순이익 11억6000만원으로 소폭 반등에 성공했지만 그간의 손실을 메꾸기엔 미미한 수준이다.아울러 자금 조달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 후 감당이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작년 말 기준 일진디스플레이의 부채비율은 995.1%, 순차입금 비율은 602.2%에 달한다. 영업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수치를 일컫는 이자보상배율도 0.6%에 불과하다. 회사가 영업해서 벌어들인돈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 일진디스플레이의 3분기 말 기준 연결기준 차입금은 이자지급액을 포함해 968억원에 달한다.설상가상으로 디스플레이 업황 또한 언제 살아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일진디스플레이 매출 비중은 LED 사파이어 기판 14%, 터치스크린 패널 86%다. 터치스크린 패널은 디스플레이 화면을 누르거나 터치했을 때 해당 위치의 좌표값을 파악할 수 있는 장치를 말한다. 별도 외부 키 없이 화면 터치를 통해 스마트폰을 조작할 수 있도록 한다. 코로나19로 호황을 누렸던 디스플레이 업황은 경기 위축 발 수요 위축으로 직격탄을 맞은 상태다.이에 따라 일진디스플레이는 그간 재무건전성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힘써왔다. 올해 초에는 217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수혈을 단행했고, 연말까지 경영정상화를 목표로 적자가 큰 터치스크린 사업부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시행 중이다.업계에서는 재무지표 개선과 함께 각 사업부에 대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향후 또다시 매각을 단행할 수도 있는 만큼 시장의 이목을 끌 매력적인 기업으로 탈바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일진디스플레이는 적자 규모가 큰 터치스크린 패널 사업은 경쟁력이 낮은 평택공장의 가동률을 줄이는 대신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을 확대해 사업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또한 사파이어사업부는 미니 LED 시장 확대에 따른 고부가가치 고품질 웨이퍼 수요에 대비해 시장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업계 관계자는 “일진디스플레이는 매출액의 꾸준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3년 연속 적자인 상태”라면서 “베트남 공장의 증설과 가동으로 인한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해야 흑자전환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