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2400억 투입 첫 생산기지 구축… '삼성' 근거리 케어대만 1조2천억 추가 투자 결정… 최대 고객 'TSMC' 중요도 불변차세대 EUV 'High NA' 인텔 선점… 이재용 회장이 공 들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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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이 삼성전자가 위치한 경기도 화성에 생산기지를 구축했지만 여전히 TSMC와 인텔 같은 고객사를 우선순위에 두는 것으로 보인다. 최대 고객인 TSMC가 위치한 대만에는 1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고 인텔은 ASML의 차세대 극자외선(EUV) 장비인 'High NA'를 대거 공급받기로 했다.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앞서부터 ASML과 관계를 맺는데 공을 들인 덕에 삼성을 비롯한 한국 반도체 산업과 협력이 시작됐지만 막강한 TSMC와 인텔을 넘어서려면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18일 관련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ASML은 지난 16일 경기도 화성에 2400억 원을 들여 반도체 클러스터 '뉴 캠퍼스' 착공에 들어간데 이어 내년에는 대만 북부지역에 1조 2000억 원을 투입해 신규 공장 건설을 시작한다.ASML은 반도체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네덜란드 기업으로 첨단 미세공정에 필수적인 EUV 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곳이기도 하다. 미세하고 복잡한 전자회로를 반도체 웨이퍼에 그려넣는 기술인 노광공정에 ASML의 EUV를 활용하면 짧은 파장으로 더 세밀하게 회로를 그릴 수 있다.이런 까닭에 글로벌 반도체업계에선 ASML사의 EUV 노광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물 밑에서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ASML의 EUV 장비를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는 곳은 대만의 파운드리 기업 TSMC이고 국내 기업 중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EUV 장비로 반도체 생산에 나서고 있다. 다만 보유하고 있는 EUV 장비 대수로 보면 TSMC가 압도적인 수준이라 ASML의 최대 고객 자리를 당분간은 놓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TSMC가 ASML의 최대 고객 지위를 이어온만큼 ASML은 그동안 대만에서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대규모 투자를 이어왔다. 당초 ASML은 네덜란드 본사에서 직접 장비를 생산해 수출하는 형태로 사업을 해왔지만 최근 수요가 급증하는 EUV의 경우 설비가 대형화되고 정밀화되면서 고객사 인근에 따로 생산시설을 지어 장비 조립부터 납품까지 현지화에 나서고 있다. 대만에 이미 공장을 두고 있는 ASML은 내년에 추가 투자로 생산공장을 확대해 TSMC 등 현지 수요에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ASML이 최근 경기도 화성에 뉴캠퍼스를 착공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한국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위치한 화성시에 함께 자리를 잡아 본격적으로 EUV 등 장비 공급에 나설 계획이다. 오는 2024년 완공되는 뉴캠퍼스에는 심자외선(DUV)과 EUV 부품의 재(再)제조센터, 트레이닝 센터, 체험관 등이 들어선다.ASML 뉴캠퍼스 착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만남도 이뤄졌다. ASML의 한국 공장 설립을 계기로 삼성과 어떤 식으로 더 긴밀하게 협력할 것인지를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자리가 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착공식 다음날인 지난 17일에는 윤석열 대통령 초청으로 국내 반도체 기업인들과 베닝크 CEO가 용산 대통령실에서 차담회를 가졌는데, 이 자리에 이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도 배석했다.뒤늦게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도 ASML 장비를 확보하는데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 육성에 의지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인텔이 전폭적인 지원을 얻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벌써부터 ASML의 차세대 EUV 장비 선점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업계가 술렁였다.인텔은 최근 차세대 EUV인 '하이NA(High-NA)' 노광기인 '트윈스캔 EXE:5200'을 ASML로부터 납품받기로 계약을 마쳤다. 오는 2024년 말부터 총 6대의 장비를 도입한다. 대당 가격이 6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이 장비를 인텔이 한꺼번에 6대나 들이면서 앞으로 적극적으로 선발주자들을 추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오는 2027년까지 ASML이 생산하는 하이NA EUV가 약 20대 가량임을 감안하면 인텔이 이를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나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물량을 두고 TSMC와 삼성도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라 인텔이 시장에 진입하기 전보다 장비 확보전이 훨씬 더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는 해석도 나온다.이미 100여대가 넘는 ASML EUV 장비를 사용 중인 최대 고객사 TSMC에 이어 인텔까지 차세대 EUV 장비 쟁탈전에 가담하면서 삼성도 ASML과 더 공고한 관계를 구축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 회장이 과거부터 ASML과 관계를 쌓아왔지만 이번에 화성에 생산기지를 세운 것을 계기로 협력에 더 공을 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이 회장이 네덜란드 ASML 본사를 여러차례 찾아 협력을 논의하면서 관계에 물꼬를 텄는데 앞으로는 장비 쟁탈전이 심화되면서 이 회장의 역할이 더 절실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