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채 발행 잔액도 꾸준히 늘어 387조 2862억 원회사채 시장 경색이 원인으로 분석금융당국, 은행채 발행 자제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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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은행채 발행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회사채 시장이 위축되면서 기업 대출이 은행으로 몰렸고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자금 우선 조달 수요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8일까지 은행채 발행액은 186조 569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은행채 발행액(183조 2123억 원)을 넘어선 수치로 금투협이 관련 통계를 제공하는 2006년 이래 최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164조 4723억 원)과 비교하면 13.43% 늘어난 수치다.

    연도별로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122조 4414억 원이었던 은행채 발행액은 2012년 71조 원대로 감소했다가 2017년 122조 원대로 재차 올라서는 등 현재까지 증가세다.

    상환하지 않고 남은 은행채 발행 잔액도 꾸준히 늘면서 이달 18일 기준 387조 2862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은행채 발행액이 늘어난 요인으로는 회사채 시장 경색이 언급된다.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기 이전부터 부동산 경기 침체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단기자금시장의 유동성 문제가 떠오르자 채권 발행을 통한 직접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기업들은 은행으로 몰렸다.

    이에 은행들은 기업 대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채 발행을 대폭 늘렸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기준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기업 대출 잔액은 703조 7512억 원으로 9월 말보다 8조 8522억 원 늘어 증가 폭이 1년 1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 기간 대기업 대출이 5조 8592억 원 늘어 전체 증가액의 66%를 차지했다. 대기업의 대출 증가 폭은 2년 7개월 만에 최대다.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행보로 고금리 기조가 이어진 점도 자금 우선 조달 수요를 자극하며 은행채 발행액을 끌어올렸다. 은행들이 금리가 추가로 오르기 전에 채권 발행을 통해 필요 자금을 미리 마련한 것이다.

    회사채 시장 경색 자체가 기준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 나타난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점에서 고금리 환경은 은행채 발행액 증가의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도 향후 정상화된다는 점에서 고유동성 자산을 미리 확보할 필요성이 커진 부분도 은행채 발행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아울러 예대금리차 공시 의무화에 따라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올리면서 자금 조달 수단으로서 예금 수신 비용이 커지자 은행채를 통한 자금 마련을 선호하게 된 측면도 있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금융당국이 채권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은행채 발행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만큼 당분간 발행 규모가 크게 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은행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은행채 발행을 막는 상황이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은행의 자금조달 수단은 예금 수신과 은행채 발행 두 가지"라며 "당국이 제2금융권의 유동성 경색을 우려해 수신 경쟁도 제한하면서 은행의 자금 조달에 상당한 제약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내년부터는 다시 은행채 발행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