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부채 시가평가… 자본·손익 변동성 커져수익인식 현금→발생주의… CSM 전 보험기간 상각부채 예측 실패 시 회계상 손실 불가피"상품 개발 능력 향상… 건전 경영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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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산업에 적용되는 새 국제회계기준인 IFRS17의 도입이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래 10여년만에 지각변동이다.

    현재 41개 기준서로 구성돼 있는 현행 IFRS4가 내년부터 IFRS17로 바뀌게 된다. 

    IFRS4는 국가별로 회계기준이 상이하고, 보험산업만의 특수한 회계처리 방식으로 인해 타 산업과 괴리감이 크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특히 수입보험료를 곧장 매출로 인식하지만, 비용에 해당하는 보험금은 수 년 뒤에 나가기 때문에 수익과 비용이 제대로 매칭되지 않는다는 한계점이 명확했다.   

    아울러 과거 정보를 이용한 원가법을 사용하다 보니, 현재의 경제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었다. 보험계약의 이익정보가 재무제표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계약자나 투자자가 알기 어렵다는 문제점도 존재한다.

    IFRS17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제정됐다. 국제적으로 통일된 회계기준이기 때문에 비교가능성이 높고, 타 산업과의 일관된 회계처리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IFRS17은 오랜 논의 끝에 지난 2017년 5월 기준서가 발간됐으며, 2019년 6월 개정 초안이 발표됐다. 시행일은 당초 올해 초인 2022년 1월로 정해졌으나, 보험사들의 연기 요청으로 2020년 3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이사회를 열어 시행 시기를 2023년 1월로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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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FRS17은 현행 IFRS4와 비교해 보험부채의 평가, 보험수익·비용의 인식 등 두 가지 부분에서 큰 변화를 가져온다. 

    먼저, 보험부채의 평가 방식이 '원가평가'에서 '시가평가'로 바뀐다. 보험부채는 쉽게 말해 보험사가 고객에게 추후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다. 원가평가에선 보험상품을 만들 때 당시의 가정에 따라 보험부채가 미리 결정되기 때문에, 보험사에는 이에 맞춰 준비금을 적립한다.

    하지만, 시가평가에선 매 결산 시기 당시의 시장금리나 위험률 등을 반영해 보험부채를 새로 계산한다. 따라서 자본 및 손익의 변동성이 과거에 비해 증가하게 된다. 예를 들어, 금리확정형 저축성보험은 IFRS17에선 판매 당시보다 현재 금리가 낮을 시 부채를 더 적립해야 한다. 

    보험수익·비용의 인식에 있어 현행 IFRS4는 현금주의를 채택했다. 매년 들어온 보험료가 수익, 나간 보험금이 비용으로 인식돼 수입보험료에서 지급보험금을 뺀 차액이 당기순이익이 되는 구조다.

    반면, IFRS17은 발생주의다. 즉,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위험 보장 등 보험서비스를 제공한 시점에 수익을 인식한다는 뜻이다. IFRS17에선 보유 계약에 대해 적정한 할인율을 적용해 미래현금흐름을 추정하고, 이를 부채로 인식한 뒤 상각해 이익으로 인식한다. 

    구체적으로 보험부채를 BEL(최선추정부채), RA(위험조정), CSM(계약서비스마진) 등으로 나누고, CSM을 보험기간 전체에 걸쳐 상각해 이익으로 인식한다. 

    여기서 BEL은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 RA는 BEL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추가로 적립하는 부채로 이해하면 된다. CSM은 말 그대로 보험사가 고객에게 보험계약 서비스를 제공하고 얻는 마진으로, IFRS17에선 보험사 이익의 원천이 된다.

    보험업계에서는 IFRS17이 도입 초창기 상당한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부채를 구성하는 BEL, RA, CSM 등의 예측에 실패할 경우 회계상으로 이익이 줄거나 큰 손실을 볼 수도 있어서다. 

    다만, IFRS17의 취지를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론 내실을 쌓을 기회가 열렸다는 의견이 많다. 

    보험사 관계자는 "과거 저축성보험 중심의 외형 성장에 집중해왔던 보험업계가 IFRS17 도입을 계기로 보험 본연의 기능인 위험 보장에 집중하면서 상품 개발 능력이 향상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아울러, 회계 처리도 투명해져 건전한 경영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