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Q 본격화된 메모리 한파감산에 투자 줄이는 후발주자들"초격차"… 설비투자·고용 공격적 기조 유지"인재확보"… 신입 연봉 높이고 경쟁사 견제도
  •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클린룸 ⓒ삼성전자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클린룸 ⓒ삼성전자
    지난 3분기 본격적인 메모리 반도체 혹한기가 시작된 가운데 시장 1위 삼성전자가 후발주자들과는 다른 생존전략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불황기에도 설비투자와 고용에서 공격적인 자세를 유지해 오히려 경쟁사들과 격차를 키우고 독보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 모습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 2위인 SK하이닉스에 이어 3위 마이크론도 내년 투자규모를 대폭 줄이고 감산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히며 반도체 혹한기가 본격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 지난 3분기부터 D램 시장에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3분기 글로벌 D램 기업들의 매출 총액은 181억 9000만 달러(약 24조 4000억 원)으로 전분기인 올 2분기보다 29% 가까이 줄었다. 이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매출폭이 감소한 것이라 우려됐던 메모리 반도체 한파가 예상보다 더 거세고 빠르게 찾아왔음을 실감케 했다.

    메모리 한파는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 IT기기용 D램에 이어 서버용 D램도 출하량이 줄고 가격 하락도 이어지고 있어 반도체 기업들이 서둘러 내년 전략을 새로 짜고 불황기 대비에 나섰다.

    쪼그라든 수요에 맞춰 투자를 줄이는게 반도체업계가 혹한기를 버티는 유일한 방법으로 꼽힌다. 이미 시장 2위인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D램에서만 전분기 대비 25% 넘게 매출이 감소하는 등 혹한기를 체감하면서 내년에는 투자 규모를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감산에 들어간다는 입장을 밝혔다.

    2위에 이어 3위 마이크론도 최근 감산 계획을 밝혀 주목받았다. 내년 설비투자 규모를 올해 대비 30% 줄이고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량도 한동안 줄일 예정이라고 했다. 생산에 투입되는 웨이퍼를 과거 대비 20% 가량 줄여야만 내년을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마이크론은 내다봤다.

    반면 1위 삼성은 혹한기에도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키로 해 후발주자들과 완전히 상반되는 모습이다. 지난 3분기에 D램에서만 매출이 33%나 줄어 빅3 중 가장 감소폭이 컸음에도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고 선언해 차별화된 전략을 예고했다. 설비투자도 이미 국내와 미국에서 예정된 것만 수조 원 규모라서 이를 계획대로 실행하기 위해선 내년에도 올해와 다를 바 없는 수준에서 집행한다는게 삼성의 기본 방침이다.

    불황에도 투자를 줄이지 않고 호황기를 대비한다는 삼성의 투자 전략에 경쟁사들은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압도적 점유율의 1위 삼성이 생산량이나 설비 투자를 줄이지 않고 밀어붙이면 결국 삼성발(發) 메모리 반도체 치킨게임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위와 3위 업체들이 올해가 가기 전에 서둘러 감산을 결정한 것도 삼성이 이처럼 굳건한 투자, 생산 의지를 나타낸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설비투자 외에도 삼성은 고용에서도 확대 기조를 펼치기 위해 단단히 준비하는 모습이다. 국내 반도체 고용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SK하이닉스에 뒤지지 않는 직원 처우 개선에 적극 나서는 한편 대졸 신입사원들의 초봉을 경쟁사 수준으로 재차 높이면서 인재 확보 의지를 드러냈다.

    더불어 반도체업계에 취업을 희망하는 지원자들에게도 불안한 반도체 업황에도 흔들림 없는 투자와 고용을 이어갈 것이라는 시그널을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업계 특성 상 불황기와 호황기에 연봉 차이가 크다는 점을 리스크로 여기는 인재들에게 삼성의 이 같은 뚝심 투자가 신뢰를 얻을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