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사계절 변화·해수면 상승예측 등 해결 주도극지 기반 항생제 등 해양바이오·북극항로 경쟁력 확보 남북극 아우르는 첫 극지활동진흥 기본계획('23~'27) 수립
  • ▲ 장보고과학기지.ⓒ해양수산부
    ▲ 장보고과학기지.ⓒ해양수산부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세계 6번째로 남극 내륙기지를 건설해 극지 연구를 선도하는 주요 7개국(G7)에 진입한다는 로드맵을 22일 발표했다. 기후변화의 최전선인 극지에서 다양한 연구활동을 벌여 한반도 기후변화는 물론 해수면 상승 시나리오 등을 제시한다는 목표다. 아울러 극지 해양바이오·친환경 쇄빙컨테이너선 개발 등을 통해 극지 산업기반도 구축한다.

    해양수산부는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제1차 극지활동 진흥 기본계획(2023~2027)을 확정, 발표했다. 이번 기본계획은 남북극을 포괄하고 과학연구와 경제활동, 국제협력, 인력양성 등 극지활동 전반을 아우르는 최초의 법정 기본계획이다.

    극지는 기후변화와 관련해 과학기술 패권을 확보하려는 선진국들의 각축장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1988년 남극에 세종과학기지를 건립하며 본격적으로 극지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2002년 북극에 다산과학기지 문을 열고 2014년에는 남극에 제2기지인 장보고과학기지를 건립했다.

    이번에 마련한 기본계획에는 극지활동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5대 추진전략을 담았다. 정부는 먼저 새 인프라를 구축해 극지 활동 반경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미지의 영역인 남극 내륙을 탐사하기 위해 오는 2027년까지 내륙연구 최적 거점을 기지 후보지로 선정한 뒤 2030년 세계 6번째로 남극 내륙기지를 건설한다는 목표다. 남극 내륙에 접근하려면 크레바스(빙하 표면에 생긴 깊은 균열)를 피해가는 고난도의 탐사기술이 필요해 현재 내륙 기지를 보유한 국가는 미국·러시아·일본·프랑스·이탈리아·중국 등 6개국뿐이다.

    정부는 2026년까지 1만5000t급 제2 차세대 쇄빙연구선을 건조할 계획이다. 두께 1.5m의 평평한 얼음덩어리(평탄빙)를 3노트 속도로 깨는 능력(Polar 15)을 갖추게 돼 기존 아라온호로 진입하기 어려웠던 북위 80도 이상 고위도 북극해까지 진출할 수 있게 된다. 북극해에선 기후변화 대응에 필수적인 해빙(海氷) 현장 관측과 수산자원 모니터링 연구 등을 진행한다. 2027년부터는 아시아 최초로 북극해 국제공동연구를 주도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극지 연구를 통해 기후환경 변화가 한반도 사계절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할 방침이다. 북극의 해빙변화가 한반도의 겨울에 한파를 일으킨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정부는 2025년 북극 해빙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측할 수 있는 초소형위성을 개발하고 2027년엔 남극 빙하와 해수면 상승 시나리오, 북극발 한반도 재해기상 예측 시나리오를 제시한다는 구상이다.
  • ▲ 7487t급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연합뉴스
    ▲ 7487t급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연합뉴스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극지산업 기반도 마련한다. 극한지 신기술 개발을 통해 '친환경 쇄빙컨테이너선' 등 북극항로 운송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 극저온과 강풍 등 극한환경을 이겨낼 통신기술과 무인이동체, 건설기술(모듈러 등)도 개발한다. 이들 기술은 우주·심해 탐사기술로 이어질 수 있다.

    극지 수산·생명자원 확보에도 나서 항생제와 치매치료제, 항균·면역조절물질 등의 신규 의약물질을 개발한다.

    정부는 국내외 협력 네트워크도 구축한다. 외교부 등 관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극지정책 협의체'를 구성한다. 북극권 8개국과의 협력사업도 추진해 북극이사회 옵서버 국가로서 영향력을 확대해나갈 생각이다.

    올해 7회째를 맞는 '북극협력주간'을 확대개편해 노르웨이의 '북극프런티어', 아이슬란드의 '북극써클'과 함께 세계 3대 북극포럼의 위상을 확보해나갈 계획이다. 2024년에는 '남극 포럼'도 신설할 예정이다.

    아울러 민간의 극지 연구도 지원한다. 내년까지 국내에 극지 환경을 재현한 연구·실험시설을 만들어 산업체·연구기관에 실험장비 등을 제공한다.

    극지 장학사업 등을 통해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고, 극지 축제 등을 열어 국민의 극지에 대한 관심도 높여나갈 예정이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우주 탐사를 위해 먼저 디뎌야 할 극한환경도, 우리가 몰랐던 기후와 생명체 진화의 비밀도 극지에 있다"면서 "이번 기본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새로운 첨단기술을 개발하는 열쇠를 찾아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