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건엽 보험연구원 "경영 변화"영업, 상품개발, 자산운용 등 재편 건강 여행자 보험 등 CSM 비중 높은 상품으로
  • ▲ 노건엽 연구위원.ⓒ보험연구원
    ▲ 노건엽 연구위원.ⓒ보험연구원
    "IFRS17이 도입되면 보험계약마진(CSM)이 보험사의 미래이익을 명시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따라서 영업전략, 상품개발, 자산운용, 자본관리 등 보험사의 모든 경영활동이 CSM 중심으로 바뀔 것이다."

    지난 21일 만난 보험연구원 노건엽 연구위원(사진)은 "내년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들이 CSM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이와 같이 말했다.

    CSM은 보험사가 보험계약 판매를 통해 미래에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의 현재가치를 의미한다. 미실현이익인 CSM은 일단 부채로 계상된 뒤, 매년 상각해 수익으로 인식한다. 이러한 CSM은 재무제표상에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CSM 규모를 보고 해당 보험사의 미래 수익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노 연구위원은 "지금은 보험사가 상품을 팔면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보험사만 아는데, IFRS17에선 CSM이란 이름으로 누구나 볼 수 있는 재무제표에 표시가 된다"며 "보험사가 CSM 확보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보험료의 크기보다는 CSM 비중이 높은 상품 위주로 영업에 나서게 된다. 건강보험이나 암보험 등 CSM 비중은 높으면서 손해율이 안정적인 상품들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보험료 수준이 낮아 주목받지 못했던 여행자보험 등 소액단기보험들도 IFRS17 시대에는 보다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 연구위원은 CSM 관련 신상품의 출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미 개발할 수 있는 상품은 거의 다 출시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보험사들이 획기적인 신상품을 선보이기보다는 기존 상품 가입자의 유지, 손해율 관리 등에 집중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IFRS17에선 CSM을 비롯해 최선추정부채(BEL), 위험조정(RA) 등 보험부채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모두 가정(假定)에 기반해 산출된다는 점에서 보험사가 이러한 '가정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연구위원은 "예정과 실제의 차이(예실차)로 보험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러한 예실차롤 최소화할 수 있는 가정관리가 필수"라며 "보험사들은 CSM 확보를 위한 혁신 상품을 선보이기보다는 예실차 최소화를 위한 전문인력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러한 가정관리에 능통한 전문인력이 국내에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에서 보험사들의 인력난이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금융당국은 지난해 보험사가 책임준비금 적정성을 외부 독립계리업자에게 검증받는 것을 의무화해, 관련 인력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 자명하다. 

    노 연구위원은 "현행 책임준비금 평가는 원가방식이므로 가정 변화에 따른 상품개발과 부채평가를 하는 업무를 경험한 보험계리 인력은 많지 않다"며 "보험회사, 계리사회 등이 이와 관련된 전문인력 양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선 보험사 CEO가 임기 연장을 위해 CSM 상각률을 과도하게 높이는 방식으로 실적을 뻥튀기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 노 연구위원은 "CSM 상각률 등은 회계정책서 및 계리방법서 등 정책의 선택 근거를 문서화하여 진행하므로 임의로 변경하기는 쉽지 않다"며 "지난해 금융당국이 선임계리사의 권한 강화와 독립성을 보장하는 제도를 마련했고, 외부 기관으로부터 책임준비금 검증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견제장치는 마련돼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