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악화에 수요 약세"…우울한 전망 한목소리침체정도에는 차이… 3.6%부터 최대 22% 감소까지 예측 다양불확실성 커진 내년… 반도체 기업 관련 조직 신설 등 대비에 만전
  •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클린룸 전경 ⓒ삼성전자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클린룸 전경 ⓒ삼성전자
    지난 3분기부터 현실화된 반도체 시장 불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는 이견이 없지만 그 정도에는 차이가 나타나 주목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체로 볼때 대부분 5% 미만 한자릿수 역성장을 예고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최악의 경우 감소율이 20%대까지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5일 반도체업계와 관련 시장조사업계에 따르면 내년에도 반도체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데 이견은 없는 상황이다. 이미 국내 반도체 기업들 사이에선 지난 3분기 실적부터 타격이 불가피했고 이 같은 추세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이라는데 이미 위기감이 확산된 상태다.

    하지만 내년에 반도체 시장이 얼마정도나 침체를 겪게 될지에 대해선 의견이 다양하다. 반도체 시장 주력 시장조사업체들 사이에서도 내년 시장 감소 정도를 적게는 3%대에서 많게는 20%대까지 예견하고 있어 이미 시장 침체 분위기를 몸으로 느낀 업계 관계자들도 내년엔 얼마만큼 불황으로 타격을 입을지 좀처럼 감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우선 내년 세계 반도체 시장을 그나마 가장 낙관적으로 전망한 곳은 가트너(Gartner)다. 가트너는 올해 6180억 달러 규모였던 매출이 내년엔 5960억 달러로 약 3.6% 줄어들 것이라고 지난달 말 발표했다. 앞서 지난 7월에 가트너는 내년 반도체 시장 매출 규모를 6231억 달러로 예상했는데 이보다 4% 가량 예상치를 줄였다.

    가트너도 내년 반도체 시장이 침체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글로벌 경제 악화에 따라 수요 부진과 재고 증가, 가격 하락 등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면서 올해 나타났던 업황 부진이 내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봤다. 특히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타격을 받으면서 전체 반도체 시장 역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분석했다.

    가트너와 비슷하게 내년 시장 상황을 예측한 곳은 더 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최근 전망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내년 4.1%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고 IC인사이츠는 이보다 약간 높은 5% 감소를 내다봤다.

    WSTS는 지난 8월 전망에서 완전히 입장을 바꾼 경우다. 당시에는 내년 반도체 시장 매출이 4.6% 성장할 것으로 예고했다가 3분기 들어 반도체 기업들이 마주한 현실을 실적으로 확인하면서 내년 전망을 역성장으로 수정했다.

    IC인사이츠는 내년 글로벌 반도체 매출이 6042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내다보며 올해(6360억 달러)보다 5% 역성장 할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IC인사이츠도 가트너와 마찬가지로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큰 불황이 영향을 미쳐 전체 시장 역성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3개 시장조사업체들이 5% 미만의 감소율을 예상한 것과 달리 내년 시장을 더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곳들도 있다. 미국의 반도체 시장 조사 및 컨설팅 회사인 세미컨덕터 인텔리전스(Semiconductor Intelligence)에 따르면 내년 반도체 시장 감소율은 무려 14%로 앞선 업체들보다 10%포인트(p) 가까운 차이를 나타냈다.

    심지어 이 회사는 내년 2~3분기 내에 재고 조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연간 기준 반도체 시장 역성장률이 20% 이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내년에는 PC와 스마트폰 판매가 더 가파르게 감소하고 글로벌 경기 침체도 더 깊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비슷하게 또 다른 미국의 반도체 컨설팅사인 퓨처호라이즌스(Future Horizons)는 현재 나온 내년 시장 전망 중 가장 최악의 수준인 22% 역성장을 예상했다. 퓨처호라이즌스의 최고경영자(CEO)인 말콤 펜(Malcolm Penn)은 "자동차 산업은 내년에도 여전히 강세를 나타낼 수 있지만 산업용 전자제품 시장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기존에 시장에 제시된 전망에 반기를 들었다.

    이처럼 내년 세계 반도체 시장을 두고 암울한 전망만 나오는 상황에서 적게는 3%대, 높게는 22%까지 역성장이 점쳐지다보니 그만큼 불확실성이 큰 상황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에 기업들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들은 내년 더 악화될 수 있는 업황에 대비해 감산이나 설비투자 축소 등을 여러가지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내년 실제 상황에 따라서 시기적절하게 전략 방향을 수정할 필요성도 커졌다.

    이렇게 변화무쌍한 시장에 한 발 앞서 대응하기 위한 전담 조직도 꾸리는 분위기다. 지난주 2023년 인사 및 조직개편을 발표한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신생 조직으로 미래전략 산하에 '글로벌 전략' 조직을 신설하고 '글로벌 오퍼레이션 TF'라는 조직을 CEO 직속으로 꾸려 글로벌 생산시설 전개와 지역별 이슈에 효과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을 구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