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푸본현대, 신한라이프, 롯데손보 등1조 5000억에서 최대 3조 6000억까지 상향연말 퇴직연금 및 저축보험 만기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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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보험사들이 연말 자금이탈에 대비해 '단기차입 한도'를 크게 늘리고 있다. 금리 경쟁력 약화로 만기가 도래하는 퇴직연금 및 저축성보험 보유자금이 상당 부분 빠져나갈 경우,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어 미리 단기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해 놓은 셈이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은 지난 15일 RP매도를 통한 단기차입 한도를 기존 1500억원에서 3조 3000억원까지 높였다. 

    롯데손보 측은 공시를 통해 "유사시 안정적인 유동성 확보 목적으로 단기차입 한도를 설정했다"며 "이 금액(3조 3000억원)은 실제 차입금액이 아닌 차입 약정 한도 설정 금액이며, 시장 및 당사의 상황을 고려해 차입 설정 한도 내에서 차입 실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29일 기존 2000억원에서 3조 6000억원으로 한도를 높였고, 푸본현대생명과 신한라이프도 각각 1조 5000억원(기존 5000억원), 1조 4000억원(기존 1300억원)까지 단기차입 한도를 크게 늘렸다.

    단기 차입금은 상환일이 1년 이내에 도래하는 차입금으로, 중장기 계약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사들은 단기 차입에 대한 수요가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시중금리 상승으로 고금리 금융상품을 좇는 고객들의 자금 이동이 활발해졌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도 연말 만기가 도래하는 퇴직연금과 저축성보험 관련 자금의 이탈을 막아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보험업권의 퇴직연금 상품 금리는 5~6%대로 형성돼, 6~7%대인 증권업권과 비교해 금리 경쟁력이 떨어진다. 상반기 기준 보험사 퇴직연금 자산 약 106조원 가운데 약 30%가 내달 만기가 도래한다는 점에서 대규모 자금 이탈이 불가피하다.

    특히, 이번에 단기차입 한도를 늘린 푸본현대생명과 롯데손보는 전체 부채 중 퇴직연금 부채의 비중이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상반기 말 기준 롯데손보의 퇴직연금 부채는 9조 2000억원(52%), 푸본현대생명은 9조 5000억원(49%)이다.

    이밖에 생보사들의 경우 지난 2012년 대거 판매한 저축보험의 만기가 돌아오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당시 생보사들은 정부가 저축성보험의 비과세 한도를 축소하겠다고 발표하자 절판마케팅을 통해 판매를 크게 늘린 바 있다. 이 상품의 만기해약금을 고객들에게 되돌려주기 위한 자금 마련도 만만치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지난달 보험사들이 퇴직연금 자금이탈에 대비할 수 있도록 차입한도 규정을 일시적으로 완화해줬다. 기존에는 퇴직연금 자산의 10%까지만 차입이 가능했으나, 내년 3월까지 무제한으로 RP 발행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