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유류세 일부 환원… 휘발유 단번에 ℓ당 99원↑국제유가 폭등 시 '땜질'식 처방… 환원 때마다 사재기 등 혼란입법처 "출구전략 논의 필요… 정기 자동세율조정제 고려할 만"
  • ▲ 새해 첫날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 새해 첫날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새해부터 휘발유에 대한 유류세 일부 환원이 예고되자, 지난해 말 주유소에는 휘발유를 채우려는 차량으로 장사진을 이뤘다. 유류세가 변동될 때마다 반복되는 시장 혼란에 유류세 탄력세율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탄력세율은 지방자치단체나 정부가 법률로 정한 기본세율을 국회 의결없이 인상이나 인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유류세의 경우 국제 에너지 가격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고유가일 때는 유류세를 인하해 국민 부담을 덜어주고 저유가 시기에는 유류세 기본세율을 유지하는 탄력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21년 1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유류세를 20% 한시 인하했다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인하폭을 더 늘려 지난해 5~6월 동안 30%로 확대했다. 그럼에도 국제 유가가 계속해서 오르자 지난해 하반기에는 유류세 인하폭을 37%까지 늘렸다. 

    이에 따라 세금 인하 전 유류세는 휘발유의 경우 리터(ℓ)당 820원, 경유는 ℓ당 581원이었지만 유류세가 37% 인하되면서 휘발유는 ℓ당 516원, 경유는 ℓ당 369원이 됐다. 

    정부는 아직 가격이 불안정한 경유의 경우 올해 4월까지 유류세 인하폭 37%를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휘발유에 대해선 37%에서 25%로 인하폭을 축소하면서 유류세는 ℓ당 615원으로 99원 오르게 됐다. 

    정부가 휘발유에 대한 유류세를 일부 환원하자 시장은 가격인상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하며 연말 주유소는 북새통을 이뤘다. 유류세 탄력세율을 조정할 때마다 유류가격 인상에 따른 업계 단속과 국민들의 사재기 등의 불필요한 사회적·행정비용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우려를 잘 아는 정부는 지난달 29일 휘발유 유류세 일부 환원을 앞두고 대한석유협회, 한국석유유통협회, 한국주유소협회, 석유공사·농협·도로공사 등 '알뜰 공급' 3사를 한 자리에 불러 급격한 가격 인상을 방지하기 위해 직영·알뜰주유소부터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현재까지는 시중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 인상이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재고분이 소진되는 1~2주 후에는 본격적인 가격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 가격인상으로 인한 시장충격이 다시 한 번 발생할 우려가 있다. 

    정부가 시장혼란 등을 감수하고서라도 유류세 인하에 나서는 이유는 물가 때문이다. 국제유가 폭등은 물가변동폭을 급격히 키우는 요인으로, 공급 측면의 인플레이션(물가인상)에 영향을 끼친다. 

    이 때문에 지난해 3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을 때 대부분의 유럽국가와 미국 등도 유류세 인하에 나섰다. 독일의 경우 유류세를 휘발유에 대해선 46.3%, 경유는 32.7%까지 인하했으며 미국 조지아주, 메릴랜드주, 플로리다주 등이 유류세를 휘발유와 경유 모두 100% 인하했다. 호주는 휘발유와 경유 모두 50% 인하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30일 발간한 '고유가에 따른 물가 대응 정책 동향 및 향후 과제' 보고서를 통해 "고유가에 따른 물가상승 국면에서는 인위적인 가격 통제를 통한 신속한 대응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지만, 유류세가 가지는 특성상 세수 감소와 피구세(외부효과를 해결하기 위해 그 사람한테 부과하는 세금)로서 장기적으로 채택될 순 없다"며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호주의 경우 매년 2회 소비자물가에 맞춰서 유류세를 조정하는 제도를 2014년부터 시행 중으로, 우리나라도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입법조사처는 "자동세율조정 장치는 정부가 유류세 인하 정책의 연장이나 종료, 인하폭 조정 등의 의사결정을 하는데 있어 행정 비용을 절감하게 해줄 수 있다"며 "출구전략에 대한 효과적인 정책 운영을 가능하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