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이츠-켄싱턴월드, 합병 기일 하루 앞두고 전격 취소베이커리 '프랑제리' 흥행하면서 합병 대신 독자생존 가닥매년 적자내던 자본잠식 '미운오리'에서 핵심 사업으로 부상
  • ▲ 프랑제리 매장 모습.ⓒ켄싱턴월드
    ▲ 프랑제리 매장 모습.ⓒ켄싱턴월드
    이랜드이츠와 켄싱턴월드의 합병이 합병기일 하루를 앞두고 전격 취소됐다. 지난해 7월 합병을 예고한 이후 약 반년만이다. 주주총회 및 채권자 이의제출까지 모두 접수한 상태에서 합병을 하루 앞두고 갑작스럽게 취소된 것은 이례적이다.

    여기에는 만년 적자만 보던 천덕꾸리기였던 켄싱턴월드의 베이커리 ‘프랑제리’의 예상 밖 흥행이 자리하고 있다. 

    4일 이랜드그룹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달 30일 회사합병결정 정정 보고서를 통해 이랜드이츠와 켄싱턴월드의 합병을 취소한다고 공시했다. 예정됐던 합병기일인 1월 1일이 주말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하루 전 공시다. 

    앞서 이들의 합병은 애초 지난해 9월 30일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일정 변경 등을 이유로 지난해 올해 1월로 한차례 연기되기도 했었다. 합병기일의 연기에 이어 취소가 연달아 이뤄진 셈이다. 

    이랜드이츠 측은 측은 이번 합병 취소에 대해 “존속, 소멸법인 각각 독립적 운영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지난해 12월 23일 이사회에서 ‘인수 합병 취소의 건’ 결의안건이 가결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합병취소의 배경에는 켄싱턴월드의 베이커리 사업인 ‘프랑제리’의 예상 이상의 흥행이 자리하고 있다. 사실 최근까지 ‘프랑제리’는 매년 수익을 까먹는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지난 2020년 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에 이어 2021년에는 1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기준 켄싱턴월드의 자본총계는 -16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였을 정도. 이로 인해 지난해 7월에는 모회사인 이랜드파크가 2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운영자금을 지원해야 했다. 이랜드이츠가 켄싱턴월드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도 켄싱턴월드의 자립이 힘들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이변은 합병결의 이후에 생겼다. 프리미엄 베이커리 카페를 표방하는 ‘프랑제리’는 시그니처 상품인 사과빵을 지난 1년간 70만개 이상 팔아치우면서 급격한 성장세에 올라탄 것. 2021년 40억원 가량의 매출은 지난해 기준 100억원 대로 성장했다. 이 중 사과빵 매출만 20여억원에 달한다.

    고급화 전략의 시험대였던 신촌 피어점과 부산 서면점이 3040세대의 입소문을 타면서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적자에 허덕이던 켄싱턴월드도 ‘프랑제리’는 초코릿 라인 확장과 추가 출점등 본격적인 사업 확대 전략을 내놨다. 현재 ‘프랑제리’의 목표는 신라호텔의 ‘페스트리 부티크’, 조선호텔의 ‘조선델리’, 호텔롯데의 ‘델리카한스’ 등 유명 호텔 베이커리 브랜드다. 켄싱턴월드는 올해 ‘프랑제리’ 매출을 200억원 이상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공교롭게도 이랜드이츠의 ‘에슐리퀸즈’ 역시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이번 독자생존의 요인이 됐다. 지난해 ‘에슐리퀸즈’의 매장 수는 6개가 감소한 59개에 그쳤지만 매출은 전년 대비 35% 성장하면서 ‘에슐리퀸즈’ 브랜드 기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프랑제리’가 지난해 하반기 좋은 성과를 내면서 독자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모멘텀을 발견했다”며 “이랜드이츠는 ‘에슐리퀸즈’ 등 뷔페에 강점이 있던 만큼 베이커리인 켄싱턴월드를 합병시키기 보다는 별도로 운영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