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적자' 현실로… 세수호황에도 '적자늪'·경상수지 '흔들'

지난해 하반기 우리 경제의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나란히 마이너스(-)를 보이는 '쌍둥이 적자'가 현실화했다. 문제는 올 상반기에도 대내외 여건 악화로 동반 적자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12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월간 재정동향 1월호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세수입은 373조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0조2000억 원 증가했다. 정부가 한해 걷기로 한 세금 중 실제 걷힌 세금의 비율을 뜻하는 세수진도율은 결산 대비 94.2%로 나타났다.

반도체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지난해 기업 실적이 개선되면서 법인세가 32조6000억 원, 소비·수입 증가와 고물가 여파로 부가가치세가 7조8000억 원 각각 늘었다. 지난해 고용 호조가 이어지며 근로소득세·종합소득세 등 소득세도 15조 원 더 걷혔다.

세외수입은 27조4000억 원으로 1조4000억 원 증가했다. 반면 기금수입은 자산운용수입 감소 등으로 4조 원 줄어들어 170조5000억 원을 보였다.

이에 따라 총수입은 571조6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47조7000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정부가 쓴 돈은 총 622조5000억 원이다.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2차 추경 사업 등으로 1년 전과 비교해 76조2000억 원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대응과 지방교부세·교부금 등으로 지출 규모가 커졌다.

국세수입보다 씀씀이가 더 커지면서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50조8000억 원 적자를 냈다. 1년 전보다 적자폭이 28조5000억 원 확대됐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고용보험 등 4대 사회보장성 기금을 뺀 것으로, 정부의 실제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98조 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21조 원 늘었다. 정부는 2차 추경 기준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110조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11월 말 중앙정부의 채무 잔액은 1045조5000억 원이다. 전달보다 7조3000억 원 늘었다. 기재부가 전망한 올해 말 나랏빚 규모는 1037조7000억 원이다. 11월 말 현재 올해 전망치를 이미 넘어선 상태다. 정부는 지난달 국고채 상환 등에 나선 만큼 12월 말 기준으로는 애초 전망치 내에서 관리가 가능하다는 견해다.

재정수지가 2019년 이후 4년 연속 두 자릿수 이상 적자가 불가피한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 경상수지마저 쪼그라들어 사실상 하반기 쌍둥이 적자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를 보면 지난해 11월 경상수지는 6억2000만 달러 적자를 냈다. 8월(-30억5000만 달러) 이후 3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11월 경상수지가 적자를 내면서 지난해 하반기 전체로도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했을 공산이 커졌다. 지난해 7∼11월 집계된 경상수지는 4억1000만 달러 적자다. 수출 감소세 여파로 12월에도 적자가 예상되는 만큼 지난해 하반기 적자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설상가상 정부는 올 상반기에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질 거로 예상한다.

11일 관세청이 발표한 이달 1~10일 수출입 현황(통관 기준 잠정치)을 보면 수출액은 138억6200만 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0.9% 감소했다. 반면 수입액은 201억3400만 달러로 6.3% 증가해 무역수지는 62억72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달 1~10일 발생한 적자(49억8400만 달러)보다 적자폭이 더 커졌다.

한은은 올 상반기 수출이 3.7% 감소할 거로 내다봤다. 경상수지는 다행히 20억 달러 흑자로 예상됐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0% 이상 줄어들 거로 분석했다. 혹한기에 들어선 반도체 등 수출이 부진하고 수입 증가세가 확대할 경우 흑자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