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용역서 2023년 시범사업 확대 지침 제시의료계 "만족도 수치가 아니라 의료 질 평가해야" 요양병원계 "기능 정립 빼고 비용 문제만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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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요양시설 내 전문요양실 운영을 두고 의료계가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반발하는 가운데 정부는 참여기관을 확대하고 본사업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의료인 직역 갈등의 중심인 간호법 제정과도 맞닿아 있어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최근 본보가 입수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전문요양실 시범사업 평가 및 제도화 방안(충남대 산학협력단)’에 따르면, 전문요양실 시범사업을 지난해 비용편익과 만족도 측면에서 효과가 입증됐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 대상을 늘리는 한편 본사업 전환이라는 방향성을 잡았다.이번 연구에서 작년 3월부터 12월까지 시범사업 평가를 진행한 결과, 전문요양실 입소 전 의료비용 등은 91만2655원이었지만 입소 후 비용은 49만259원으로 차액 42만2396원 만큼 절감 효과 발생했다.전문요양실 이용 경험 등 조사결과, 전문요양실 보호자 만족도는 5점 만점 기준 4.55점으로 전문요양실 서비스 내용 및 과정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올해 전문요양실 시범사업 활성화를 추진한다는 구체적 목표가 세워졌다.올해부터는 시설 규모를 기존 정원 30인에서 50인이상 노인요양시설로 확대하고 입실기준을 완화할 방침이다. 병원 퇴원자, 집중영양관리 대상자 추가 등이 이뤄진다.전문요양실 입실기준에 해당하는 일반실 수급자 수요를 반영하기 위해 입실정원 33명 이상 ~ 38명 이하 모형도 신설할 계획이다.보고서는 “전문요양실 참여기관 확대 및 본사업 전환을 위해 운영과정에서 충분한 지원, 계약의사와 간호사 업무 대한 법과 제도 마련, 숙련된 간호사의 안정적 배치 등이 필요하며 서비스 제공범위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계 반발 이유, 전문요양실서 의료의 질 ‘하락’ 문제의료계는 전문요양실 시범사업 자체에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문요양실서 이뤄지는 일련의 간호 처치가 논란이 되고 있다.현재 전문요양실에서는 ▲영양(중심정맥영양, 경관영양, L-tube, G-tube) ▲배설관리(Foley, 요루관리, 방광세척, 인공항문, 인공방광) ▲호흡관리(산소투여, 기관리절개관 교체, 인공호흡기, 석션) ▲상처관리(외과적 상처 드레싱, 봉합사 제거, 욕창 드레싱, 당뇨발 간호) ▲기타(암성통증간호, 투석간호) 등 의료행위가 이뤄지고 있다.의료법상 의료행위는 의사가 직접 하거나 의사의 지도‧감독 아래 간호사가 해야 한다는 것이 의료법의 명문 규정이다. 그러나 전문요양실 내 의료행위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방문하는 촉탁의의 ‘간호지시서’만으로 이뤄져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의료계 판단이다.이와 관련 김이연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전문요양실은 결국 간호사가 중심이 돼 요양시설 입소자를 대상으로 독립적인 처치를 하겠다는 의미”라며 “자칫하면 심각한 상태로 변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어 심히 우려된다”고 밝혔다.그는 “이번 연구에서 만족도가 높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이를 시범사업의 성과로 치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도 지적했다.전문요양실 내 간호사가 제공하는 정서적 안정감이 의료의 질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례로 욕창이 나빠지고 있는데도 입소자는 소위 ‘따뜻한 말 한마디’에 만족도가 올라간다는 의미다.김 이사는 “만족도가 아니라 의료의 질적 영역을 평가하는 기준이 정립되는 것이 우선”이라며 “이러한 행태는 본사업 추진을 위한 근거를 만들기 위한 과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요양병원계에서도 전문요양실 확대 운영과 관련 부작용이 크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기평석 요양병원협회장은 “요양병원, 재활병원, 요양시설 역할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는 전문요양실을 굳이 끌어들여 확대하려는 이유 자체가 모호하다”고 언급했다.결국 전문요양실 시범사업은 기능 정립이 아닌 비용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우려다. 이번 연구에서도 드러났지만 90만원이 있으면 요양병원으로, 50만원이 있으면 전문요양실로 가라는 형태의 방향성만 제시됐다는 비판이다.기 회장은 “요양원에 24시간 상주하는 간호사가 제대로 있는 곳이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최우선의 원칙이 돼야 하는데 지금은 역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