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개 기업 동행 오일머니 유치… 작년 韓 연간 유치총액 맞먹어삼성전자, 美에 제2파운드리 공장 건설… UAE 유치 규모의 56.7%작년 3분기까지 투자유출 792.1억불… 투자유입보다 4배쯤 많아세계는 '리쇼어링' 열풍… 우리는 세액공제율 확대 등 혜택에 '인색'
  • ▲ 미국 텍사스주에 생긴 '삼성 고속도로'.ⓒ연합뉴스
    ▲ 미국 텍사스주에 생긴 '삼성 고속도로'.ⓒ연합뉴스
    #1.새해 첫 순방길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이 국빈 방문한 아랍에미리트(UAE)에서 300억 달러(37조2600억 원쯤) 규모의 투자를 약속받았다. 이는 지난 2021년 우리나라의 해외투자 유치 총액과 맞먹는 규모다. 이번 순방에는 100여개 기업으로 짜진 경제사절단이 동행했다.

    #2.삼성전자는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500만㎡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는 중이다. 건설·설비 등 투자 규모만 170억 달러(21조 원쯤)다.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 1개 기업의 투자 규모가 UAE에서 투자를 약속받은 오일머니의 56.7%에 해당하는 셈이다.
  • ▲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열린 한-UAE 정상회담을 마친 후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하고 있다.ⓒ연합뉴스
    ▲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열린 한-UAE 정상회담을 마친 후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하고 있다.ⓒ연합뉴스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국내 기업과 투자자 등이 해외에 직접투자한 금액은 신고금액 기준으로 792억1000만 달러다. 금리 인상 등 대내외 투자여건 불확실성에도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6억2500만 달러(24.6%) 증가했다.

    반대로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의 직접투자(FDI) 규모는 같은 기간 215억2300만 달러로 집계됐다. 1년 전(182억1000만 달러)보다 33억1300만 달러(18.2%) 늘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 규모보다 우리 기업 등이 외국에 직접투자한 규모가 3.68배쯤 많았다는 얘기다.

    이는 문재인 정부 시절 반(反)기업 정서로 투자액 유출 규모가 유입보다 4.95배쯤 많았던 2020년과 비교하면 국내 기업 투자의 탈한국화가 다소 누그러진 모습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국내보다 해외 투자로 눈을 돌리는 국내 기업·투자자가 많다는 점을 지적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세금만 올리고 기업활동 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니 투자가 외국에 공장을 짓는 쪽으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던 것"이라고 했다.
  • ▲ 외국인직접투자.ⓒ연합뉴스
    ▲ 외국인직접투자.ⓒ연합뉴스
    세계는 한 푼이라도 더 투자를 유치하려고 경쟁하고 있다.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의 생산시설 국내 이전)은 물론 외국기업의 생산기지를 국내로 옮겨오게 유도하는 온쇼어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각국 기업의 생산시설 투자를 유도하는 미국이 대표적이다. 삼성이 미국 내 반도체 생산공장을 추가로 짓는 것도 미국 정부가 자국 내에 생산공장을 만드는 기업에 5년간 520억 달러 상당의 보조금을 주기로 하는 등 '당근'을 제시하며 투자를 유도했기 때문이다. 텍사스주 제2파운드리 공장의 경우 테일러시를 포함하는 윌리엄슨 카운티는 공장 부지 앞 도로를 아예 '삼성 하이웨이'로 명명하고 도로 표지판을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에게 선물할 정도로 기업 유치에 공을 들이는 모습도 연출한다.

    미국은 '트럼피즘'(미국 우선주의)을 내세웠던 트럼프 행정부 이전부터 적극적인 리쇼어링 정책을 펼쳐왔다. 지난해 11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발표한 '미 IRA 발효와 대응 방향 검토' 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제조업 르네상스 정책으로 리쇼어링 기업이 2014년 340곳에서 2021년 1844곳으로 대폭 늘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4년 해외진출기업복귀법 제정 이후 2021년까지 총 114개 기업이 국내로 복귀했다. 같은 기간 총 6839개 미국 기업이 자국으로 돌아간 것과 비교하면 1.6%에 불과하다. 지난해 국내로 복귀한 기업은 24개사다. 전년보다 2개 줄었다. 산업부는 지난해 국내복귀 기업의 투자계획 규모가 1조1089억 원으로 전년(7724억 원)보다 43.6% 증가했다고 자화자찬했지만, 기업당 평균 고용 규모는 74.8명으로 전년보다 되레 14.7% 감소했다.

    지난해 2월 전경련이 한국수출입은행의 2021년 '해외직접투자 경영분석' 보고서를 바탕으로 리쇼어링 효과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해외진출 국내 제조기업의 매출액 중 4.6%가 국내에서 발생할 경우 8만6000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질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2021년 말 기준 강원도 속초시 인구보다 많은 수치다. 리쇼어링에 따른 국내 생산액은 36조2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리쇼어링 전망은 밝지 않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9월 해외진출 기업 306개사를 대상으로 국내 복귀 의사를 물은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의 93.5%는 리쇼어링 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로 복귀할 계획이 있다고 답한 기업은 3.6%에 불과했다. 해외진출 기업들은 국내복귀를 가장 저해하는 규제 분야로 노동규제(29.4%)를 꼽았다. 2위는 법인세 등의 세제(24.5%), 3위는 환경규제(16.7%), 4위는 수도권 및 입지규제(13.1%)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법인세 등 세금 이슈, 경영진이 형사법에 쉽게 노출되는 문제, 각종 기업규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리쇼어링 같은 투자 확대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 지난해 5월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시찰하고 있다.ⓒ연합뉴스
    ▲ 지난해 5월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시찰하고 있다.ⓒ연합뉴스
    투자 전쟁이 치열한 반도체의 경우 경쟁국들은 기업 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지난 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가 있는 대만 의회는 이달 7일 '대만판 반도체법'으로 불리는 '산업혁신 조례 수정안'을 통과시키고 연내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조례안은 기술혁신·세계 공급망에서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업체가 연구·개발(R&D), 생산설비에 투자할 경우 각각 투자비의 25%와 5%를 세액 공제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계 각국은 자국의 공급망 구축에 대해 대규모 혜택을 주고 있다. 미국도 지난해 8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 발전과 기술적 우위 유지를 위해 총 2800억 달러를 투자하는 내용의 반도체 지원법에 서명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반도체 투자와 관련해 '뒷북' 논란에 휩싸였다. 국내에선 지난달 23일 대기업이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국가첨단전략산업에 시설 투자할 경우 투자금액의 8%를 세금에서 공제하는 내용의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반도체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의 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일 기존 6%에서 8%로 확대됐다. 중견기업 8%, 중소기업 16%는 그대로 유지됐다.

    그러나 이는 애초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했던 대기업 10%, 중견기업 15%, 중소기업 30% 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는 비판이 일자 지난 3일 대기업 투자 시 세액공제율을 15%로 올리고, 올해 1년간 한시적으로 임시투자세액공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반도체 등 세제지원 강화 방안'을 부랴부랴 내놓은 상태다. 기재부는 이달 중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마련해 이른 시일 내에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