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한파 속 매출 1위… 2년 연속 자리 내준 인텔순위 제외된 파운드리 복병… '사상최대' 실적 TSMC, 사실상 '왕좌'빅테크 자체 칩 개발 붐 등 파운드리 승기 잡아야 '진정한 승자'
  •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클린룸 전경 ⓒ삼성전자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클린룸 전경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2년 연속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수성하는데 성공했지만 집계에서 제외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사실상 반도체 시장을 주도했다.

    19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지난해 반도체 기업 매출 순위에서 삼성전자가 2년 연속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반도체 매출은 655억 8500만 달러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인텔을 꺾고 2년 연속 반도체 매출 왕좌를 지켰다. 가트너는 지난해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로 매출이 꺾이면서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삼성전자 매출은 전년 대비 10.4%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일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4분기 매출이 70조 원, 영업이익이 4조 3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지만 사업별 실적은 이달 말 공개된다.

    인텔은 삼성보다 큰 폭으로 매출이 줄며 2위에 그쳤다. 지난해 인텔의 반도체 사업 매출은 583억 73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9.5% 감소했는데, 인텔 반도체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PC시장이 침체되면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3위는 SK하이닉스였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전년 대비 2.6% 매출이 감소한 362억 2900만 달러를 기록하며 1, 2위와는 격차가 큰 3위 자리에 올랐다.

    4위와 5위는 퀄컴과 마이크론이 각각 차지했다. 퀄컴은 지난해 347억 4800만 달러, 마이크론은 275억 6600만 달러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그 밖에 브로드컴(238억 1100만 달러)과 ADM(232억 8500만 달러) 순으로 이어졌다.

    다만 이번 집계에서 TSMC 같은 파운드리 기업이 제외돼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체의 판도를 파악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TSMC는 지난해 반도체 시장 전반이 얼어붙는 가운데도 홀로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울만큼 승승장구를 이어왔는데 이런 TSMC를 반도체업계 순위에서 제외하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TSMC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실적발표를 통해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42.6% 늘어난 2조 2630억 대만달러(약 746억 3201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TSMC 역사상으로도 기존 기록을 새롭게 쓰는 수준이다. 삼성과의 격차도 90억 달러 이상이다.

    이 같은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힘겹게 올라선 반도체 왕좌를 지난해 TSMC에 내주게 된 모양새다. 더불어 반도체 시장에서 파운드리 업체가 왕좌를 차지한 것도 지난해가 처음이다.

    이미 반도체업계에선 파운드리 사업이 향후 반도체 시장을 주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삼성이나 인텔 같은 종합반도체기업(IDM) 중심에서 팹리스(Fabless)와 파운드리로 설계와 생산을 이원화하는 분위기가 더 확고해지면서 앞으로도 TSMC와 같은 믿을만한 파운드리를 찾는 팹리스를 중심으로 반도체 시장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애플, 구글, 테슬라 등은 물론이고 중국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까지 자체 칩셋 개발을 준비하면서 기업 맞춤형 반도체 개발과 생산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이미 애플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칩을 맥북, 아이패드 등에 적용하고 있고 구글도 자체 제작 AI칩인 '텐서'를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삼성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메모리 시장도 연간 10%대 성장을 이어갈 잠재력이 높은 분야다. 반도체 시장이 성장할수록 메모리 시장도 함께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메모리 시장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 입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선 결국 파운드리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비약적으로 성장한 TSMC의 성적표를 제외하고 삼성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2년 연속 제패했다는 자축은 큰 의미가 없다"며 "앞으로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성과에 보다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