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성 상품 위험등급 산정 가이드라인 마련…판매사 책임 강화금융당국, 업계 반대 불구 추진…공모펀드 시장 위축 전망 우려증권사 등급 산정 업무 부담…고객 부담 비용 증가 이어질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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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펀드 등 투자상품 판매과정에서 은행과 증권사 등 판매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에선 싸늘한 반응이 나온다.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24일 '투자성 상품 위험등급 산정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해당 가이드라인은 금융소비자가 원금손실 등 위험성이 있는 투자성 금융상품에 가입할 경우 해당 상품의 실질적인 위험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금융회사가 고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특히 금융당국은 금융상품 판매업자가 위험등급 산정을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명시했다. 다만 제조사가 정한 등급을 사용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사용할 수 있으며, 판매사와 제조사 간에 등급이 다를 경우엔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실제 금융당국은 해당 방안을 내놓기 전 증권업계 펀드 관련 현업 부서와 토론회·간담회 등을 여러 차례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증권사들은 반대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사들은 이와 함께 금융투자협회에도 해당 방안이 도입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을 건의했다.우선 증권사들은 자산운용사와의 소통을 걱정하고 있다. 판매사가 펀드에 대해 위험등급을 매기려면 해당 펀드 운용에 있어서 모든 것이 공유돼야 하는데, 통상 사모펀드와 달리 공모펀드는 운용사에서 운용 사항을 전부 공유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한 증권사 관계자는 "설령 판매사에 운용 내용이 잘 공유가 되더라도 증권사가 수천 개 펀드를 일일이 파악하는 게 현실적으로 매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판매사마다 위험등급 산정기준을 마련할 경우 같은 펀드인데도 불구하고 판매사마다 등급이 달라질 수 있는 우려도 있다. 동일 펀드가 판매사별로 다른 투자 위험등급을 받을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 혼란이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판매 보수 상승에 대한 우려도 있다. 판매사의 업무가 기존보다 많아지기 때문에 판매 수수료가 올라갈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고객이 부담하는 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판매사가 펀드 위험등급 산정에 깊이 관여하려면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을 더 충원해야 한다"라며 "이는 결국 판매 보수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그는 "심지어 수시로 판매되거나 환매가 가능한 상품의 경우 결산 시점에 맞춰 연 1회 재산정해야 한다"라며 "이 또한 매우 번거롭고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증권사뿐 아니라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도 반갑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만약 판매사가 펀드를 판매하는 데 있어 부담을 느끼고 한 펀드를 내놓기까지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면, 결국 가장 큰 손해를 입는 건 운용사이기 때문이다.한 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공모펀드가 잘 팔리지 않아서 걱정하고 있는 운용사 입장에서 썩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 펀드를 출시하기까지 지금보다 더 많은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신규 펀드를 내놓는 데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그는 "공모펀드 시장을 살리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새로운 규제가 생기면 판매사 입김이 강해질 것"이라며 "운용사 입장에서는 소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을까 싶은 우려가 있다"라고 덧붙였다.금융당국은 다만 이번 가이드라인을 통해 투자상품 위험등급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금감원 관계자는 "운용사들이 산정한 펀드 위험등급을 판매사들이 그대로 가져오는 것보다는 판매사들이 본인들이 판매하는 상품의 특징을 정확히 이해하고 소비자에 적합한지 인지하고 있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이어 "한 주식 종목에 대한 투자의견이 증권사마다 다르듯 펀드에 대해서도 판매사별로 의견이 다를 수 있다"라며 "고객군에 맞춰 펀드를 판매할 수 있어 오히려 투자자에게 알맞은 상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한편 이번 가이드라인은 향후 보다 상세한 사항이 금융투자협회의 '표준투자권유준칙'에 반영된다. 가이드라인은 표준투자권유준칙 개정에 걸리는 기간 등을 고려해 올해 4분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