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단축 위해 안전지침 위반하고 공사 진행독성 화학물 노출된 하청업체 직원 2명 병원에서 사망법원 "내부 안전기준 전혀 준수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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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기간을 줄이기 위해 안전지침을 무시하고 작업하다 하청업체 직원 4명을 독성 화학물질에 노출시켜 숨지거나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L사 실무 책임자에 금고형이 선고됐다.10일 법원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6단독 윤상일 판사는 지난 1월 11일 화학물질관리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L사 실무 책임자 A씨와 B씨에 각 금고 1년을 선고했다. L사 파주 공장장과 직원 2명에도 각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양벌규정으로 함께 기소된 L사 법인은 벌금 2천만원을 선고받았다.L사의 하청업체 현장감독자 2명에게도 금고 6개월과 벌금 700만원이 각각 선고됐다.지난 2021년 1월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L사 공장에서는 유독성 화학물질 수산화테트라메틸암모늄(TMAH)이 누출돼 작업 중인 하청업체 직원 2명이 숨지고 2명을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TMAH는 반도체 가공 공정에 사용되는 물질로 암모니아 냄새가 나지만 물과 같은 무색 액체다. TMAH는 피부 접촉 시 인체에 쉽게 흡수되고, 아주 낮은 농도라도 호흡곤란과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파주 공장 실무책임자로 근무하던 A씨 등은 TMAH을 취급하는 화학설비 공사를 진행하면서 6개 배관 중 2개 배관이 차단되지 않았음에도 이를 확인하지 않고 체크리스트에 허위로 기재해 하청업체 직원 4명을 TMAH에 노출시킨 혐의를 받는다. 또 TMAH이 누출되는 과정에서 하청업체 직원들을 대피시키지 않고 비닐봉지와 흡착포 등을 주며 배관을 직접 막게 지시한 혐의도 있다.사고 당시 파주 공장에서는 25분간 약 1천263리터의 TMAH가 누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TMAH에 노출된 직원 중 2명은 2021년 3월과 10월 다발성 장기부전과 TMAH 중독으로 인한 급성 심정지로 사망했다. 나머지 2명은 각 1도 화상과 3도 화상 등의 상해를 입었다. 사고로 피해를 입은 직원들은 L사의 하청업체부터 다시 하청을 받은 업체들 소속인 것으로 조사됐다.재판부는 "L사가 내부 기준을 어기면서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한 것은 공기 단축에 대한 압박이 중요한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다.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절차를 준수했다면 차단해야 할 TMAH 배관의 위치와 개수, 배관차단 사유 및 차단 후 수행될 작업 등에 대한 정보가 화학물 관리부서 등에 제공됐을 것"이라며 "배관 차단 절차에 관한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것이 사고 발생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한편 A씨를 비롯한 L사측은 판결 직후 법원의 판단이 부당하다며 항소했고, 검찰도 뒤이어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